공군기 출동해 섬광탄 쏘며 대응… 정부 “중·러 관계자 초치” 침범 이유는 아직 몰라
  • ▲ 냉전 당시 촬영된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독도 영공을 침범한 기종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냉전 당시 촬영된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독도 영공을 침범한 기종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러시아 군용기가 30분 사이에 두 차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우리 전투기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갔다. 또 중국 군용기와 러시아 군용기 4대는 3시간 동안 여러 차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들락거렸다. 영공을 침범한 기종은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통제기였고, KADIZ를 휘젓고 다닌 기종은 중국의 H-6 폭격기와 H-6B 정찰기 각 1대, 러시아 Tu-95 베어 폭격기 편대였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상황을 설명했다. 합참에 따르면, 오전 6시44분 중국 군용기 2대가 이어도 북서쪽 KADIZ를 침범했다. 이들 중국 군용기 2대는 오전 7시49분 울릉도 남쪽 140km 지점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재차 침범했다. 이들은 곧 기수를 북쪽으로 돌려 오전 8시15분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오전 8시20분 KADIZ를 벗어났다.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독도 영공 침범

    이들 중국 군용기 2대는 오전 8시44분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다시 남쪽으로 돌렸다.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 등 4대는 오전 8시40분 울릉도 북쪽 120km 지점에서 KADIZ를 또 침범했다가 오전 9시4분 울릉도 남쪽에서 KADIZ를 이탈했다.

    이 직후인 오전 9시9분 러시아 군용기인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동쪽에서 날아와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독도와 거리는 약 13km.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침범에 대응해 출동했던 공군의 F-16 전투기가 차단기동을 실시했다. F-16 전투기는 플레어(열추적 미사일 유인용 불꽃) 10여 발을 투하하고 80여 발의 경고사격을 가했다. 사격 지점은 A-50 경로의 전방 1km였다. A-50은 오전 9시12분 영공에서 달아났다. 3분 뒤인 오전 9시15분에는 KADIZ까지 벗어났다. 
  • ▲ F-16 편대의 초계비행.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때 F-16 편대가 기총사격으로 쫓아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F-16 편대의 초계비행.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때 F-16 편대가 기총사격으로 쫓아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50은 그러나 8분 뒤인 오전 9시28분 다시 KADIZ로 들어온 데 이어 오전 9시33분 독도 영공을 재차 침범했다. 이번에는 독도에서 13.6km 거리였다. F-16 전투기는 이를 향해 다시 280여 발의 경고사격을 가했고, A-50은 오전 9시37분에야 독도 영공을 벗어났다. KADIZ를 벗어난 시간은 오전 9시56분이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제주도 서남쪽과 동해 NLL 북쪽에서 러시아 군용기를 포착했을 때부터 전투기를 긴급투입해 추적 및 감시, 차단기동, 경고사격 등 정상적인 대응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 군용기가 KADIZ가 아닌 영공을 침범한 것,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해 KADIZ를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냉전시절 소련이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례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합참에 따르면, 한국 공군은 독도 영공을 침범한 A-50을 포함,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들을 향해 20여 차례 경고방송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당시 포항 동쪽 80km 해상과 이어도 남쪽 해상에는 중국 해군 함정이 와 있었다. 우리 군의 통신에 이들은 "통상훈련 중이며 별 일 아니다"라고 답했다.

    독도 영공 침범 당시 일본 항공자위대도 출동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침범과 독도 영공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공군 F-15K와 F-16 전투기 18대가 출격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측도 JADIZ가 침범당하자 대응 출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이번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침범 및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서는 오늘 오후 주한 중국대사관과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매우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