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각목 동원해 마구잡이로 홍콩 시민 폭행… 중국압송 악법 파동의 현재와 내막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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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추산 43만 명이 참가한 시위 행진은 경찰에 신고한 것보다 길어졌다. 시위대는 당초 경찰로부터 오후 3시 코즈웨이베이를 출발하여 완차이까지 2.5km 구간만 행진 허가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서쪽으로 계속 행진해 정부기관이 몰려 있는 애드미럴티를 지나 센트럴까지 진출했다.
시위대의 목표는 경계가 삼엄한 정부기관이 아니었다. 이번 중국압송악법 반대시위의 특징대로 시위대는 센트럴에서 서쪽으로 계속 행진, 오후 6시30분쯤 완차이에서 4.5km 떨어진 중국인민정부 홍콩연락판공실(중련판)에 도착했다. 중국 정부의 홍콩출장기관인 중련판은 시민들에게는 홍콩 내정에 간섭하는 ‘총독부’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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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30분쯤 경찰 진압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는 후퇴했다. 시위대와 경찰은 중련판과 센트럴의 중간지점인 마카오 페리 터미널이 있는 셩완(上環)에서 대치했다. 경찰은 오후 10시30분쯤 시위대를 향해 다량의 최루탄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찰 앞에는 민주파 의원 여러 명이 시위 중재를 위해 서 있었다. 이들은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홍콩 정부와 중련판이 시위대 비난성명을 내놓은 오후 11시쯤 경찰기동대(PTU)가 나타나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 이때 PTU가 한 여기자를 발로 구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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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폭력배 출현 소식을 듣고 옌롱으로 집결해 폭력배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22일 자정 무렵 개입했다. 폭력배들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본거지 주변에 몰려 있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이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기 직전 한 친중파 의원이 이들과 악수하며 영웅이라고 칭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강경 태도로 인해 사회 불안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람 장관은 지난 14일 샤틴(沙田) 쇼핑몰에서 시위대에게 구타당해 입원한 경찰은 위로방문했지만, 시위대 가운데 부상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않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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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가 홍콩 주변으로 확산되고 매일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폭력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폭력배가 등장했다. 경찰은 시위대에게는 강경진압으로 일관하면서 폭력배에게는 싸움을 말리는 시늉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