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전 간부들로부터 74건 건네받고 2000여 만원 지급… 北 동향자료 위주
  • ▲ 전직 국정원 간부 H씨 등이 지난해 6월 국정원과 검찰에 검거됐을 당시 보도.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전직 국정원 간부 H씨 등이 지난해 6월 국정원과 검찰에 검거됐을 당시 보도.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전직 국군 정보사령부 간부와 탈북자단체 대표가 2급 또는 3급 군사기밀 74건을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 2명에게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고 <동아일보>가 16일 보도했다. 전직 정보사 간부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비밀요원 명단과 활동지역을 담은 기밀을 중국에 팔아치우기도 했다.

    전직 정보사 간부, 군사기밀 74건 넘기고 2320만원 수수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직 정보사 간부 H씨와 탈북자단체 대표 L씨는 지난해 검찰에 기소됐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좌관급(영관급) 자위대 무관 2명에게 74건의 정보사 내부 문건을 건넸고, 그 대가로 2320만원을 받았다.

    H씨가 빼낸 군사기밀은 일본 측에 넘긴 것보다 많은 100여 건으로, 2급 또는 3급 군사기밀이다. 외부유출 시에는 국가 간 마찰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내용들도 담겼다.

    H씨가 일본 자위대 무관에게 건넨 기밀문건에는 ‘북한 군수공업부의 해외 군사기술 입수 추진’ ‘북한 군단 통화 일람표’ ‘북한 소형 핵탄두 개발 관련 내용’ ‘함경남도-평안남도지역 미사일무기 저장시설 위치 및 저장량’ ‘북한의 해외 미사일 기술자 채용’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잠수함 개발’  ‘고순도 텅스텐 및 알루미늄 합금 북한 밀반입 동향’ 등 주로 북한군과 김정은 정권의 동향에 대한 자료가 많았다.

    이 외에 ‘A국에서 분석한 북한의 SLBM 개발 및 활용 가능성’  ‘G국 국방부의 최근 북한무기 구매 동향’ 등 한국군 정보기관이 수집한 제3국 정보기관 관련 첩보도 포함됐다.

    H씨는 심지어 해외에서 비밀공작활동을 하는 ‘블랙’ 요원들의 명단과 활동지역 정보를 담은 기밀도 빼내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 요원은 신분을 숨기고 해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발각되면 극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문에 따르면, 국내 정보당국이 ‘블랙’ 요원 명단이 유출된 사실을 파악해 이들을 신속히 피신시켜 인명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H씨는 이 기밀을 빼내준 정보사 간부 후배에게 대가로 670만원을 줬다.
  • ▲ 서울 중구 명동에 자리한 주한 중국대사관.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도 여기에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 중구 명동에 자리한 주한 중국대사관.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도 여기에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문에 따르면, H씨는 정보사에서 공작팀장을 지냈다. 그가 정보사 내부 기밀을 빼내 팔아치우는 과정은 이랬다. 먼저 H씨는 현직 정보사 간부 후배에게 “용돈이나 벌자”며 회유해 군사기밀을 빼내라고 시켰다. H씨는 후배에게 군사기밀 조회단말기(DITS)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밀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넘겨달라고 했다.

    “용돈 번다”며 후배들 목숨 걸린 기밀 빼내 중국에 팔아

    H씨는 이렇게 넘겨받은 기밀을 종이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탈북자 출신 L씨에게 타이핑을 부탁했다. L씨는 ‘거래서’라는 제목의 HWP 파일로 만들어 H씨에게 메일로 보냈다. H씨는 HWP 파일을 넘겨받은 뒤 서울 모처에서 일본대사관 무관을 만나 이를 건네고 돈을 받았다.

    H씨와 별개로 L씨 또한 기밀 파일을 일본대사관 무관에게 팔아넘겼다. 그는 H씨를 위해 타이핑한 내용을 재가공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단체가 작성한 ‘정세분석보고서’라며 일본대사관 무관에게 팔았다. 일본대사관은 L씨와 정보공급계약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H씨와 L씨의 기밀 판매 사실을 적발한 뒤 지난해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 A씨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했다. A씨는 이후 귀국했다. 또 다른 좌관급 무관은 정부의 항의를 받고 지난 6월 출국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월 1심 선고에서 H씨는 징역 4년, L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국방부는 16일 해당 사항에 대해 "우리가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라며 논평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