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억울한 희생' 밝혀지나 했는데… '불법천막' 서울시 페이스에 말려들어
  • ▲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대한애국당 천막을 강제철거한 6월 25일 오후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천막을 재설치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대한애국당 천막을 강제철거한 6월 25일 오후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천막을 재설치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3·10 태극기열사?’

    지난 5월10일 우리공화당(당시 대한애국당)이 광화문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갈 때만 해도 그리 와 닿지 않는 말이었다. ‘2년 전 사건을, 이제 와서, 왜?’ ‘당시 집회 주최 측(탄기국)의 과격시위가 원인 아니었나?’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의아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망자들에게 왜 심정지가 발생했는지, 응급처치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결국 사망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당시 소방당국과 경찰 조사 결과는 매우 단순했다.

    “주최 측의 불법 시위 때문.”

    수 명의 무고한 시민이 서울 한복판에서 사망했는데 뭉뚱그려 “불법시위 탓”으로 사건이 마무리된 것이다. 2015년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도 안타깝지만 당시 주최 측(민노총)의 ‘불법시위’ 중 벌어진 일이 아니었던가. 온 나라가 ‘탄핵’과 ‘적폐청산’에 취한 가운데 이들의 죽음이 설렁설렁 잊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행정대집행’은 고발… ‘3·10 사건’에 대한 고발은?

    이후로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우리공화당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봤다. 서울시의 불허에 맞서 천막농성까지 감행했으니 ‘진정성’이 있으리라, 정치적 도구로만 삼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공화당이 농성을 시작한 지 꼬박 두 달째에 접어든 지금, 정작 ‘3·10 열사 진상규명’은 뒤로 밀려난 모습이다. 3·10 사건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더니, 박 시장에 대한 고발 건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고발은 박 시장의 ‘행정대집행’, 그러니까 천막 철거에 대해서만 이뤄졌을 뿐이다. 우리공화당이 박 시장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객관적 자료를 수집했는지도 의문이다. 도리어 3·10 사건 관련 여러 차례 단독보도를 한 본지에 관련 자료를 문의했으니 말이다. 

    그러는 동안 언론의 관심은 ‘3·10 희생’이 아닌 ‘천막’과 ‘화분’에 쏠렸다. ‘강제철거’와 ‘기습설치’의 반복을 둘러싼 우리공화당과 서울시의 자존심싸움이 ‘이슈화’됐다. 

    사라진 ‘진상규명’... ‘잿밥’에만 관심 갖는 우리공화당

    애초 ‘광화문 천막’은 3·10사건을 대중에 알리려는 ‘수단’이었을 뿐 ‘목적’이 아니었다. 서울시가 “불법천막”이라고 여론을 조성한다면 우리공화당은 ‘세월호 천막과의 형평성 문제’를 일관되게 제기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공화당은 광화문 천막의 개수와 규모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목소리에 “불법천막은 안 된다”며 딴소리로 일관하던 서울시의 전략(?)에 말려든 느낌도 없지 않다. 

    더욱이 우리공화당 지도부마저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3·10 진상규명을 촉구하겠다”며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런데 이 관심이 우리공화당 ‘총선용 몸집 불리기’에 이용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최근 우리공화당의 당원 영입과 관련해 각종 ‘설’도 난무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명을 직접 지시했다”는 말부터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입당한다”는 말까지 전부 우리공화당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그런데 신빙성을 더할 만한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3·10사건 진상규명은 2년 전 일부 우파단체에서 시도했던 일이다. 그런데 탄핵 이후 우파단체가 각종 알력다툼으로 와해되면서 한 차례 묻힌 바 있다. 그러는 동안에 3·10 희생 유가족들은 부모의 사망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속앓이만 거듭했다. 부정적인 사회 시선 탓에 제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이런 유가족들에게 우리공화당은 당시 우파단체의 전철처럼 또 다시 실망을 안겨줄 것인가. 우리공화당이 광화문으로 다시 돌아온 지 4일이 된 지금, 그 광장에서 그토록 외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