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2일~7월9일까지 18일간 휴가… 육군 "지휘관 재량으로 허가, 이상한 일 아니다"
  • 지난 6월 15일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목선을 조사 중인 해양경찰의 모습. 군 당국은 원효대교에서 투신한 병사는 이 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15일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목선을 조사 중인 해양경찰의 모습. 군 당국은 원효대교에서 투신한 병사는 이 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육군 23사단 소속 A일병이 지난 8일 서울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해 자살했다. 숨진 A일병은 북한 목선이 입항한 삼척항 주변 해안경계소초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일병은 휴가 상태였다. 투신 뒤 구조돼 인근 여의도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육군에 따르면, A일병은 삼척항 주변 초소들 가운데 해안감시장비까지 갖춘 비교적 규모가 큰 소초(소대규모 주둔 초소)에서 상황병으로 근무했다. 상황병은 상황실에서 경계근무 중 발생한 특이사항과 소초 출입 관리 등을 기록하고, 관련 상황을 전파하는 임무를 맡는다.

    육군은 A일병이 삼척항에 북한 목선이 입항한 15일 근무를 섰다고 확인했다. 육군은 “그러나 A일병은 오후 근무자라 북한 목선과 관련이 없어 합동조사단의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지난 6월24일 합동조사단의 조사 당시에는 휴가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군은 북한 목선과 관련해 병사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SNS와 유튜브 등에서 ‘숨진 A일병이 북한 목선 상황과 관련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아 투신했다’는 내용은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A일병이 북한 목선 귀순 당일 근무를 선 시간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였다. A일병은 지난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연가와 위로 휴가를 함께 사용했고, 지난 1일부터 9일까지는 정기휴가를 받았다. 

    육군은 “병사들의 휴가는 지휘관 재량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휴가를 몰아서 썼다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 병사 휴대폰에 담긴 '유서' 확보

    9일 오후 A일병의 휴대폰에 담긴 ‘유서’라는 제목의 메모 내용이 알려지면서, 군과 경찰은 투신 원인에 대한 수사를 진전시켜나가고 있다. 

    메모는 A4용지 3쪽 분량으로 알려졌다. “군대 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다”거나 “내가 이기적이고 나약했으며 게으르게 살았다. 남에게 피해만 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서와 관련, 경찰은 “초소 경계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 없었다”며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가혹행위 등의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국민일보는 전했다. 

    이날 오후 군 관계자도 헌병대 조사 상황을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A일병 투신 사망 사건을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과 8군단 헌병대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사에서는 A일병 사건과 ‘북한목선 사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A일병은 해당 소초에 지난 4월부터 투입됐는데 그때부터 업무와 관련해 간부의 질책을 받은 사실이 헌병 조사에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가혹행위나 폭언 등은 없었다”면서 “(간부의 질책이) A일병의 사망 원인과 연관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일병이 언제부터 ‘배려병사’가 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배려병사’는 ‘관심병사’보다는 덜하지만, 복무에 어려움을 겪는 병사들을 지칭한다. ‘관심병사’들이 배치되는 ‘그린캠프’에는 가지 않는다.

    군 관계자는 “유가족들께서 아들의 죽음이 정치적 이슈로 번지는 걸 꺼리는 것 같다”며 언론이 추측성 보도 등은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