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통신망에 '사직인사' 글 올려… '윤석열 윗 기수' 20여명 줄사퇴 전망
  • ▲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사의문 ⓒ대검찰청
    ▲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사의문 ⓒ대검찰청
    봉욱(54·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봉 차장은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 이후 검찰 최선임 기수다. 봉 차장이 이날 사의를 밝힘에 따라 윤석열(59·23기) 검찰총장후보자 선배 기수의 줄사표가 예상된다.

    봉 차장은 이날 오전 8시10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의를 밝혔다.

    봉 차장은 이 글에서 "오랜 시간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니 여러 생각과 느낌들이 마음에 가득하다"며 "서로 믿고 동고동락했던 검찰 가족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인사했다.

    과거 자신이 맡았던 수사를 언급하며 공정한 검찰의 역할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재벌가 2·3세 주가조작사건, 증건선물거래소와 코스콤 비위사건, 한화그룹 및 태광그룹 회장 비리사건, 고리원자력 발전소 1차 납품비리사건, 현대중공업 납품비리사건과 울산교육감 비위사건을 수사할 때는 법리와 증거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되 억울함이 없는지 꼼꼼하게 챙기고자 애썼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삭 의사부인 살인사건,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 건대 앞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과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사건들도 마음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봉 차장은 "노련한 사공이 험한 바다를 헤쳐 나가듯, 세찬 변화와 개혁의 물결 속에서 '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새롭게 발돋움하실 것을 믿는다"고 격려했다.

    봉 차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3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과 대검 공안기획관, 법무부 인권국장·기획조정실장 등 특수·공안·기획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에는 대검찰청 차장으로 부임해 2년간 문무일 검찰총장을 보좌했다.

    그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56·20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이금로 수원고검장(54·20기)과 함께 후보자 4명에 포함됐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들 중 가장 기수가 낮은 윤 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하면서, 검찰 안팎에선 선배 기수(19~22기)의 '줄사퇴'를 예상했다. 후배가 검찰총장에 오르면 선배와 동기 기수들이 물러나는 검찰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 내 윤 지검장의 선배 기수는 20명가량으로 알려졌다.

    한편 봉 차장은 이날까지 근무한 뒤 21일부터 휴가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식은 오는 2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