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 하게 했다면 직권남용..."김제동 고발해야 수사 착수"
  • ▲ 방송인 김제동씨. ⓒ뉴데일리 DB
    ▲ 방송인 김제동씨. ⓒ뉴데일리 DB
    대전·서울·충남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방송인 김제동 씨에게 1000만원이 넘는 고액 강연료를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지자체가 한정된 예산에서 과도한 금액을 김씨에게 지급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검찰이 김씨에 대해선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댄다는 주장도 있다.

    18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최근 대전 대덕구청은 김씨에게 90분 강연에 1550만원의 강연료를 책정했다. 충남 논산시와 아산시, 서울 도봉·동작구 등도 김씨에게 1000만원이 넘는 강연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김씨의 평균 지자체 강연료는 1393만원으로, 김씨는 11회 강연으로 총 1억5000만원을 넘는 소득을 올렸다.

    고액 강연료 논란의 시발점이 된 대덕구청은 김씨에게 지불할 강연료를 교육부 공모사업인 '풀뿌리 교육자치협력체계 구축 지원사업(풀뿌리사업)' 예산에서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직권남용'

    대덕구청은 이 사업 예산으로 올해 1억8000만원의 세금을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대덕구청에 따르면 김씨의 강연은 교육공동체과에서 섭외 대행사에 연락해 일정과 강연료 등을 협의하고 단체장 혹은 부단체장의 결재 등의 절차를 거쳐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연예인 등 방송인에 대한 강연료 지급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선 대덕구청이 정부 사업비에서 김씨의 강연료를 지불하려 한 부분은 직권남용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강연이 풀뿌리사업과 관련이 없는 데다, 종래의 범위를 넘어선 고액 강연료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는 "지자체마다 예산이 편성된 금액이 한계가 있는데, 과거 사례의 범위를 넘어선 금액으로 행사를 섭외하는 등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고,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며 "결재자가 단체장인 구청장이라면, 대덕구청장은 직권남용을 지시한 것이고, 김제동 씨의 경우 직권남용의 공범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덕구청 측은 "풀뿌리사업의 일환으로 강연을 위주로 하는 아카데미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 아카데미의 강연자 설문조사에서 설민석 씨와 김제동 씨가 표를 많이 받았고 최종적으로 김제동 씨가 선정돼 행사가 진행됐던 것"이라며 "논란으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돈도 지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권남용 '남용'하던 검찰, 김제동에는 '침묵'

    검찰이 김씨에 대해서만 직권남용에 대해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주요 관련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 "검찰이 직권남용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도 직권남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권남용의 모호한 기준이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에 대해선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김제동 씨의 강연료는 직권남용에 화이트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이겠냐"며 "국민은 경제파탄으로 고통받는데 문재인 정부와 출범 공신들은 국민 혈세를 아껴 쓰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고발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제동 씨의 고액 강연료 논란과 관련해) 검찰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김제동 씨에 대한 고발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혈세로 조성된 나랏돈이 좌파 방송인들의 쌈지돈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