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 현장.ⓒ돌꽃컴퍼니
    ▲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 현장.ⓒ돌꽃컴퍼니
    배우 윤석화(63)가 딸에게 주는 사랑과 감동의 노래를 부르며 정미소를 떠나보낸다.

    윤석화는 6월 11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모노드라마(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27년 만에 공연한다.

    영국 극작가 아놀드 웨스커의 작품이 원작이며, 1992년 3월 극단 산울림에 의해 임영웅 연출·윤석화 주연으로 세계 초연됐다. 편지 형식의 작품으로, 45살의 재즈 여가수 멜라니가 가슴이 커져서 아프다고 호소하는 12살 사춘기 딸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다.

    연극 '레드', '대학살의 신', 뮤지컬 '시카고', '빌리 엘리어트' 등의 연출가 김태훈이 연출을 맡고 '브로드웨이 42번가', '토요일 밤의 열기'의 작곡가 최재광이 참여한다. 윤석화는 최재광과 정미소 개관작인 드라마 콘서트 '꽃밭에서'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마지막 공연인 만큼 스페셜 게스트의 헌정 참여도 예정돼 있다.

    특히, 2002년 개관한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의 폐관작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낡은 목욕탕 건물을 고쳐 만든 '정미소'는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석화는 곧 사라질 공간에 대한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아듀! 정미소'를 테마로 기획했다.
  • ▲ 연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 포스터.ⓒ돌꽃컴퍼니
    ▲ 연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 포스터.ⓒ돌꽃컴퍼니
    윤석화는 "1년에 4개월 정도는 이 무대에서 계속 공연하며 발생한 수익으로 운영했지만 늘 적자였다. 그 적자는 제가 다른 일을 열심히 하면서 메울 수 있었다. 근데 건물 자체가 매각되는 상황에서는 제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공연을 안하고 조용히 닫으려고 했다. 17년 동안 보람도 있었지만 힘들고 아픈 일도 많았다. 언젠가는 시골에 진짜 정미소를 만들어 그곳에서 연극을 꿈꿀 수도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론 시원하다. 이제는 운영자가 아닌 배우로서 더 살고 싶다."

    그 동안 정미소에서는 '19 그리고 80', '서안화차', '넘버', '14人(in) 체홉', '타클라마칸' 등 다양한 실험작들이 거쳐 갔다. 윤석화는 좋은 공연장의 정의에 대해 "저 극장에 가면 작품이 항상 괜찮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극장은 아무리 작고 초라해도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극장을 운영해오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며 "아직 힘은 없지만 열정이 있는 젊은 후배들을 조금씩 후원했던 '정미소 프로젝트'가 있었다. 관객은 별로 없어도 연극의 정신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고 답했다.

    이번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2020년 9월 영국 런던 공연 전 '오픈 리허설' 형태로 이뤄지며, 노래 가사는 번역 대신 자막을 제공한다. 당초 2013년 영국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웨스커의 서정적인 가사에 최재광의 멜로디가 더해져 새롭게 다섯 곡을 추가하며 준비하던 중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된 바 있다.

    윤석화는 "걱정은 되지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며 "한국에서 공연할 마음은 없었는데 문득 초연 당시 작품을 좋아했던 딸들이 이제는 엄마가 돼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겸손하게 인사하고 가는 것이 아름다운 도리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