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멋대로 범죄자 압송 가능한 ‘도주범 조례’ 반대…프랑스인·인도네시아인도 동참
  • ▲ 시위에 참가한 중국인이 내건 깃발. '나는 중국인이다. 홍콩을 지지하며 악법에 반대한다'고 써 있다. ⓒ허동혁
    ▲ 시위에 참가한 중국인이 내건 깃발. '나는 중국인이다. 홍콩을 지지하며 악법에 반대한다'고 써 있다. ⓒ허동혁
    오늘 홍콩에서 중국으로 범죄자를 송환하는 법안(도주범 조례) 입안에 반대하는 시가 행진이 열렸다. 행진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됐으며, 오후 6시 현재 출발지인 코즈웨이 베이에는 행진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8일 홍콩 도주범 조례 칼럼을 올린 바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19/05/08/2019050800202.html)

    행진 주최 측은 당초 30만 명 참가를 예상했지만, 행진에서 만난 홍콩 민주파 8선 제임스 토 (涂謹申)의원은 “지금까지 본 바로 최소한 40만 명은 넘을 것”이라고 필자에게 예상치를 밝혔다.
  • ▲ 오늘 홍콩에서 중국에의 범죄자를 반대하는 시가행진이 열렸다. 주최측은 30만명 참가를 예상했다. ⓒ허동혁
    ▲ 오늘 홍콩에서 중국에의 범죄자를 반대하는 시가행진이 열렸다. 주최측은 30만명 참가를 예상했다. ⓒ허동혁
    행진에는 중국인이 곳곳에 보였다. 광둥성에서 왔다는 복면 차림의 중국인 직장인은 필자에게 “홍콩의 국제도시 위상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아 오늘 혼자서 홍콩에 왔다. 많은 중국인들이 이미 홍콩이 독자적인 법률과 함께 자유를 누리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행진에는 홍콩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2천여 명의 인도네시아 여인들이 집단으로 참가했으며, 대만 청천백일기와 영국 유니언 잭 그리고 영국 식민지 깃발도 많이 보였다. 행진에 참가한 한 프랑스인은 필자에게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을 떠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다”고 말했다.
  • ▲ ⓒ허동혁
    ▲ ⓒ허동혁
    이렇게 많은 인원이 시위에 몰린 이유는 홍콩 정부가 사회 각계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는 그간 민주파 의원들의 지연작전으로 계류돼 온 법안을 12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고, 27일 표결에 부칠 것을 예고했다.

    민주파 의원들은 이에 본 회의장에 사다리를 들여와 농성하는 등 극렬 반발했으며, 홍콩의 법조인 3천여 명이 검은 상복 차림으로 최고법원(Final Court)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지난 4일 열린 천안문 사태 30주기 행사에는 사상 최고인 18만 명이 운집했으며, 친중파에서 법안 반대의원이 3명이 나오는 등 반대 분위기가 고조돼 왔다.
  • ▲ ⓒ허동혁
    ▲ ⓒ허동혁
    홍콩에서는 지난 2003년 국가안전법 파동 당시 항의시위에 50만 명이 모이고, 일부 친중파 정당의 반발에 부닥쳐, 결국 법안은 폐기되고 퉁치화(董建華)행정장관이 그 여파로 사임한 적이 있다.

    행진은 시작 당시 중심가 한쪽 차선만 개방됐지만, 한시간 후인 오후 4시경 수많은 인파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반대쪽 차선을 점령하고 행진중이다. 참가자들은 평화롭게 행진하며 “反送中”(범죄인 중국송환 반대), “林鄭下台”(캐리 람 행정장관 하야)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중심가에 위치한 친중 언론사의 대형 스크린에 캐리 람 행정장관이 나올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홍콩 언론들은 오늘 행진이 밤 11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