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재구성' 출간 미래전략 제시…"한국당은 기득권 지키려는 모범생, 야성 안보여"
  • ▲ '보수의 재구성' 저자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30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보수의 재구성' 저자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30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대중에게 JTBC의 '썰전' 논객으로 친숙한 박형준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가 <보수의 재구성>이라는 보수 지침서를 출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 교수와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근무한 권기돈 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이 공동 저자다. 책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궤멸하다시피 한 보수세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30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탄핵사태로 보수의 괴멸이라고 하는 비극적인 위기를 맞게 된 요인을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에 대해서는 "탄핵 이후 제대로 된 혁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정권교체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지금 자유한국당을 바깥에서 바라보면 국회의원 가운데 과거처럼 스타 정치인도 없고, 공익을 위해 열정적으로 봉사한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원처럼 보이고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보이면서 자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재확인하자는 것"이라며 "그 가치라는 것은 제헌헌법부터 현재까지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는 자유주의·민주주의·공화주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주류세력이 이 세 가지 가치에 충실했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적폐청산으로 대표되는 진영논리에 갇혀 있다. 민주주의를 하자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세력을 교체해서 장기집권의 토대를 만들고 보수 궤멸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성공도 하지 못할뿐더러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 '보수의 재구성' 저자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30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보수의 재구성' 저자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30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다음은 박 교수와 일문일답. 

    -'보수의 재구성'이 필요한 이유가 뭔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된 나라 가운데 가장 성공의 역사를 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주류세력이 자신의 이념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갖고 대한민국을 이끌어왔고, 그 과정에서 그런 가치에 부합하는 일과 부합하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탄핵사태로 보수의 괴멸이라는 비극적인 위기를 맞게 된 요인을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도 찾아야 한다. 우선 보수의 가치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재확인하자는 것이다. 그 가치라는 것은 제헌헌법부터 현재까지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는 자유주의·민주주의·공화주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주류세력이 이 세 가지 가치에 충실했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현재의 보수를 평가한다면.

    "탄핵 이후 보수가 제대로 된 혁신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 자유한국당을 바깥에서 바라보면, 국회의원 가운데 과거처럼 스타 정치인도 없고 공익을 위해 열정적으로 봉사한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다 회사원처럼 보이고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보이면서 자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꼰대'로 보는 것이다. 현장 속에서 국민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는 이슈도 못 만들고 있어 안타깝다." 

    -그럼 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마디로 이념 부재다. 한국의 자칭 진보세력은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 주축이다. 당시 운동권에 있었던 사람들이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이념이 혁명적·급진적으로 흘렀는데, 그 두 축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사파다. 그런데 그 이후 진보세력은 현실정치로 넘어오면서 자기 이념적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고 본다.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이 때문에 반재벌, 반미, 친북 같은 1980년대 운동권 정서와 감정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들이 과연 제대로 된 사회주의자인지, 아니면 자유주의자인지 묻고 싶다." 

    -촛불세력과 태극기세력 사이의 넓은 정치적 공간(부동층)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보수가 이 영역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년 총선은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이다. 자신을 큰 틀에서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를 꼭 성취해야 한다. 첫째, 결집해야 하고, 둘째는 확장해야 한다. 물론 지금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보수가 반사이익을 얻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역대 선거를 분석해보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서 의외로 스윙보트(부동층) 층이 넓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탄핵이라는 큰 그림자가 있어서 쉽게 보수로 이동하지 못한다. 지금 진보세력은 분열돼 있었던 2006~07년과 달리 응집력이 상당히 강하다. 반면 보수는 거꾸로 분열돼 있다. 보수를 결집하고 확장해나갈 수 있는 획기적인 전력이나 노력이 없으면 내년 총선은 쉽지 않다고 본다."  

    -태극기세력이 한국당 내에서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는데.

    "태극기세력이라 총칭하는 한국의 20%의 강경보수층이 있는데, 그분들이 보수 전체에서 한 축을 차지하는 건 틀림없다. 그런데 그분들만 갖고 큰 총선 승리를 일궈내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자유한국당은 제도권내 정당이다. 정당 밖에서 시민·사회세력 가운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세력하고만 손잡고 뭔가를 하겠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들도 물론 궁극적으로 함께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정당이 되어야 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희망도 줘야 한다. 그리고 유연성과 포용성을 가지면서 잠재적인 지지층을 포함한 전체 지지층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내부 분열을 겪는 바른미래당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중도세력이 성공하려면 기본 지지층이 있어야 하는데, 바른미래당은 기본 지지층이 없다. 기본 지지층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여기에 내부는 한 지붕 두 지붕 분열돼 있다. 이대로 가면 바른미래당이 앞으로 선거에서 보수 전체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 바른미래당이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세를 규합해 내년에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별로 지혜로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화(해체)가 일어날 것이라 본다." 

    -문재인 정부 3년차, 어떻게 평가하나.

    "국정의 여러 과제가 있었는데, 과녁을 맞춘 게 별로 없다. 그 부분을 잘 복기해서 반성하지 않으면 다음 3년은 더 힘들어진다. 크게 북핵·안보·경제·외교·사회 등 여러 정책에서 성과를 내세울 게 없지 않나. 특히 외교의 경우 북한 비핵화 문제, 미일동맹과 비교되는 한일동맹,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샌드위치 신세 등 우리 외교가 고립되는 형국이다. 외교가 역대 최악이다. 이런 외교를 한 적이 없다. 현실주의적 관점, 실용적 관점에서 외교문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지점으로 스스로 몰고 간 측면이 강하다. 특히 북한 문제의 경우 수 년 안에 우리에게 시련을 주고 위기요인이 될 개연성이 상당하다. 진영논리에 갇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적폐청산이 대표적인데, 그건 민주주의를 하자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세력을 교체해서 장기집권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 다시 말하면 보수 궤멸을 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다. 이런 것을 2년 동안 줄기차게 해오고 있는데 성공도 하지 못할 뿐더러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미래로 나아갈 에너지를 여러 곳에서 갉아먹는 것이다." 

    -보수가 정권교체를 할 준비가 되었다고 보나.

    "보수도 과거에 정치적 위기가 있으면 혁신 노력을 많이 했고, 혁신 노력 속에서 역량도 키우고 집권했을 때 국가경영 준비도 했다. 그럼에도 보수정권들이 매번 곤경에 빠졌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탄핵 이후 제대로 된 혁신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본다. 다만, 내년 총선이라는 기회를 잘 살려 노선을 정리하고 통합세력을 만들어 승리한다면, 차기 정권 만드는 일도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