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끼워팔기로 일자리 1800만개 줄어, 규제 시급"…국회 '올바른 플랫폼' 토론회
  • ▲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를 주최한 정갑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종현 기자
    ▲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를 주최한 정갑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종현 기자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 사업에도 진출하는 이른바 ‘앱 끼워팔기’ 결과는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경제 거시지표가 떨어지는 부정적 효과가 나온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22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정갑윤(68)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에서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에만 집중하고, 앱 사업에는 진출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카카오·네이버 '앱 끼워팔기' 규제 안 하면 일자리 1800만 개 감소

    라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앱 끼워팔기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먼저 ‘앱 끼워팔기’는 카카오·다음·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가 앱 사업까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에 진출하는 것이 바로 ‘앱 끼워팔기’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라 원장은 카카오·네이버 등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 끼워팔기'를 하지 않을 때 국민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의 앱 끼워팔기를 규제할 경우 총실질소비는 43조원(4.4%), 총실질생산 60조원(3.9%)이 증가했고, 일자리는 약 1800만 개(8.9%)나 늘었다. 총자본은 32조원(6.4%), 총투자 26조원(6.5%)이 각각 증가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 끼워팔기를 하면 총소비는 43조원, 총생산 60조원이 감소하고, 일자리가 1800만 개 줄어든다는 말이다.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 사업까지 진출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막대한 셈이다.
  • ▲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반면 앱 끼워팔기를 하던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에만’ 집중할 경우, 이 기업의 상품 생산량은 29.5%나 증가했다.

    카카오·네이버, '플랫폼에만' 집중 시 생산량 29.5% 증가

    라 원장은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까지 끼워팔다 보니 생산 3요소인 노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분산됐다"며 "플랫폼에만 집중하면 노동력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생산량도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앱 끼워팔기를 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시장경제가 자연스레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통계청조차 플랫폼에 대한 별도의 통계자료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라 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플랫폼에 대한 통계자료 체계적 정리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의 앱 끼워팔기 실태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 순환출자를 생각해보면, 처음에 못 막으니 결국 지금도 해결 못하지 않았는가"라며 "전 정부가 미래의 순환출자를 못하도록 막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앱 끼워팔기도 지금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법적 제도와 규제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지영 삼육대 교수는 "정부의 개입, 이런 게 선택적으로 현명하게 이뤄지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방향성에 대한,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관여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부가 더 관심을 갖고 같이 논의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플랫폼 사업자 독과점·불공정거래도 지적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이미 형성된 플랫폼에서의 불공정거래 등 두 가지 문제를 우려했다. 정 전문위원은 "라 원장 발표대로 소상공인 지원 혹은 온라인 상권 공정화 지원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생활 밀접한 아이디어를 통해 유니콘 기업이 성장하기 전에 보완책을 미리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 ▲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종현 기자
    ▲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종현 기자
    시장지배자의 행위를 단순히 규제하기보다 후발기업의 시장진입을 수월하게 하는 환경 조성 등 사회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는 "끼워팔기가 부당행위인지는 공정경쟁 저해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이런 토론을 통해서 많은 (문제가 있는) 내용을 공유해야 할 듯하다"고 지적했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 교수는 구글 사례를 언급하며 "플랫폼이 제대로 유지되려면 전체 참여자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해 7월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에 구글 앱스토어 탑재 조건 등을 요구한 구글 측에 6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상생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정갑윤 한국당 의원 주최, 파이터치연구원 주관으로 이뤄졌다. 정 의원을 비롯해 권혁조 파이터치연구원 이사장, 송희경 한국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토론 좌장에는 김지영 삼육대 교수, 토론자로는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정갑윤 "올바른 플랫폼 운영을 위한 입법에 노력할 것"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정 의원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공유경제가 확산하면서 플랫폼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면서도 "플랫폼 운영 방향 등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소중한 의견이 올바른 플랫폼 운영에 기여하고 국민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오늘 논의된 결과가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송 의원은 "소상공인도 대기업 플랫폼과 함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국회에서 (법안을) 잘 만들어 사업·연구하기에 도움이 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