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단체 교사들 어깨 힘 주고 활보… 진보·보수 넘어서야" 37대 회장 선거 출사표
  • ▲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총
    ▲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총

    학교현장에서 학생지도, 교육에 전념할 교육자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 사교육 의존 심화, 교권 침해 등으로 미래 인재 육성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지만 특정 단체 등으로 힘이 쏠리고, 학교폭력 등 당장의 문제 해결에 급급한 상황이 이어져 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36대 회장으로, 2016년부터 3년간 교총을 이끌어온 하윤수 회장은 '교권 확립'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 회장은 21일 "교사가 얻어맞고, 학생 인권만 강조되며, 학부모가 아무렇게나 학교와 교실을 드나드는 것은 교육이라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교육이 나라의 근간이고 미래 한국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육은 복잡하게 얽혀 처방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교사가 본연의 교육활동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다음달로 예정된 교총 제37대 회장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 회장으로부터 위기에 처한 공교육, 그리고 위기 타개를 위한 교총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 교육계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면?

    "교육은 나라의 근간이고 미래 한국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풀어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를 언급한다면, 첫째는 일관성·지속성 있는 교육이다. 교육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모두가 아는 가장 큰 문제다.

    자주 바꿀 수도, 쉽게 바뀔 수도 없는 교육을 너무나 쉽게 바꾸고 있다. 교사·학생·학부모가 어지러울 지경으로 교육에 대한 불신만 쌓이게 해 사교육으로 내몰았다. 이는 교육에 대한 무지가 아닐 수 없다. 10년 뒤, 100년 뒤에 그 성과가 나타나고, 교육주체의 신뢰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길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함은 당연하다.

    둘째는 교육법정주의 확립이다. 정책과 제도가 자주 바뀌는 것은 제도적 장치가 부족함도 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했다면 차후 쉽게 고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로 막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악용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선진국에서 수시로 법과 정책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수 있는 교육, 그게 교육선진국이다.

    셋째로는 정치와 이념을 교육에서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당장 교육현장을 보면 진보라는 이름으로 교육이 춤을 추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건 이에 덩달아 특정 단체와 특정 교사들이 실세라며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이 소수에 지배당하는 일이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래서는 교육이 정상적인 작동을 하기 힘들다. 헌법에 명시한 대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엄격히 지켜져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교육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 오직 교육만이 있을 뿐이다."

    - 한국교총 제36대 회장으로서, 그동안 활동을 돌아본다면?

    "교총 회원들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현장의 요구를 실현시키고, 교총 운영의 혁신을 이루어낸 회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총의 활동이 회원들의 요구나 기대를 수렴해 실현하게 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주로 정부나 국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동안 교육부 및 인사혁신처 등 행정부와 국회, 정당 등을 상대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임기 내 법률을 3개나 개정하고, 교총 조직의 명운과 직결되는 회비 징수 부분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적은 직원 수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운영돼오던 사무국을 효율적으로 대폭 축소하고, 퇴직금제도도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설득과 협의를 통해 총의를 이끌어내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퇴직하는 아픔도 있었지만, 직원들의 희생정신이 사무국 혁신에 기여를 했다. 더불어 회원 수의 변동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회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서울 서초구 교총 건물의 안정적인 임대로, 장기적인 재정안정책을 마련한 것도 눈에 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 작년 1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출청사 앞에서 하윤수 교총 회장(왼쪽)이 무자격 교장공모제에 대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교총
    ▲ 작년 1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출청사 앞에서 하윤수 교총 회장(왼쪽)이 무자격 교장공모제에 대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교총
    - 임기 중 교육정책 개선 등 성과는?

    "아무래도 교권 3법(아동복지법·교원지위법·학교폭력예방법) 개정과 회비 원천징수 개선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교육현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교권침해의 증가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교육자가 온전히 교육활동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총제적 교육력의 제고는 있을 수 없다. '교육의 질은 교육자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3건의 교권 관련 법률 개정안을 단독발의해 2건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학교폭력법은 상임위만 통과한 상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 법도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벽한 법률과 제도는 없지만, 이들 3법 개정으로 교육자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는 마련되었다고 본다.

    회비 원천징수 개선은 조직 운영의 필수적인 재정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매우 공을 들인 부분이었다. 매달 부담하는 회비를 1년마다 전체 회원에게 사전에 동의를 받는 일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교총의 노력으로 3년마다 동의를 받는 것으로 일부 개선됐다. 그 과정에서 교총이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발생하는 아픔을 견뎌왔다. 이에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 동의 기간을 아예 삭제하는 것으로 이끌어냈다.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법안이 국회 문턱을 완전히 넘기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고려할 때, 역대 전임 회장들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을 그것도 3년 임기 내에 이루어 낸 것은 감히 자랑해도 좋을 성과라고 생각한다."

    - 제37대 교총회장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거창한 구호가 될 수도 있지만 학교를 다시 새롭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공약도 ‘스쿨 리뉴얼(school Renewal)’로 정했다. 크게 볼 수도, 작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학교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과 교사를 보수와 진보의 이념의 잣대로 편을 갈라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구 도입해 그동안의 것들을 무조건 배격하고, 학생과 교사를 영원히 떼어놓는 펜스룰이 버젓이 확대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지금의 교육현장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대비는커녕 문제 해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기본을 바로 세우고,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공동체로서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다음 교총 회장 임기 내 약속이다.

    이를 통해 교권을 더욱 더 튼튼히 만들고, 교단을 안정시켜 학생지도가 근원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다른 직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교원 보수와 복지의 획기적인 증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돈을 숭배할 필요는 없지만 돈이 삶을 지탱하고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높은 보수를 받는 사람에 대해 언론과 사회가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힘들고 어렵게 일한 만큼 교사가 제대로, 충분히 보상받는 보수체계를 반드시 만들어 나가려 한다. 명함 한 장조차 만들기를 꺼려하는 교사의 위치와 직위를 자랑스럽게 만들 것이다."

    - 교권 확립을 위한 방향은?

    "우선 국회에 계류 중인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 통과다. 최근에 학교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워서 기피하는 일이 바로 학교폭력 업무다.

    담당자는 오죽하면 병원에 입원해야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를 위해 교총이 제안한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와 본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속히 통과돼 학교·교사가 학교폭력에서 벗어나 본연의 교육활동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교권사건이 일어나면 교사가 법률적 지식과 대처 방법을 잘 몰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 교총에 도움을 청하고, 교총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교총의 의무이자 회원에 대한 복지다.

    이를 위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에 발족한 '교권수호 SOS 지원단'의 구성인원을 늘리고 활동을 더욱 강력히 전개할 것이다. 나아가, 교사 개별사건에 대한 법률자문과 소송비 지원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다. 교권사건으로 언제든 요청만 하면 즉시 달려가는 교총으로 꼭 만들 것이다."

    ◇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프로필

    1986. 경성대학교 법학과
    1988. 동아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1994. 동아대학교 법학박사
    2004.~2007.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2007.~2008. 전국국공립대학교 교수연합회 공동대표
    2013.~2017. 제6대 부산교육대학교 총장
    2016.~2017. 교육부 초등교원양성대학교발전위원회 위원장
    2016.~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2016.~ 제36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