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빌레라'에서 덕출 역의 진선규 배우(왼쪽)와 '호프'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김선영 배우.ⓒ서울예술단, 알앤디웍스
    ▲ '나빌레라'에서 덕출 역의 진선규 배우(왼쪽)와 '호프'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김선영 배우.ⓒ서울예술단, 알앤디웍스
    배우는 변신을 먹고 산다. 어떤 작품에서는 코믹한 연기로 웃음을 주지만, 어떤 작품에서는 상대를 처절하게 짓밟는 무시무시한 악인으로 얼굴을 바꾸기도 한다. 매 작품마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소화해내는 배우들. 그 중 젊은 나이에 실감나는 노인 연기를 펼치는 무대 위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천만 배우 진선규, 70대 발레리노로 변신

    올 초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진선규(42)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70세 노인으로 분해 발레에 도전한다.

    진선규는 지난 1일 개막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에서 일흔을 몇 달 앞둔 노인 '심덕출' 역을 맡았다. 덕출은 친구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 자신이 오래 전부터 꿈꾸었던 발레를 하기로 결심하고 가족들의 만류에도 발레단에 들어가는 인물이다.
  • ▲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의 진선규·강상준.ⓒ서울예술단
    ▲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의 진선규·강상준.ⓒ서울예술단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나빌레라'는 발레에 도전하는 노인 덕출과 부상과 방황하는 스물셋 청춘 이채록이 발레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덕출 역에 진선규·최정수, 채록 역은 강상준·이찬동이 번갈아 연기한다.

    진선규는 "노인 연기를 너무 생각하면 5분도 안 돼 들통이 난다. 외형적으로 나이 든 모습을 표현하기보다 덕출이 가진 가치관을 이해하고자 한다. 어차피 관객은 제가 노인이 아닌 걸 안다.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도록 정서에 더 집중해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장팀은 백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칫솔에 헤어제품을 묻혀 일일이 머리카락에 칠했다. 채송화 분장디자이너는 "너무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특수분장이 아닌 배우들의 헤어와 나이대에 맞는 컬러, 얼굴을 자연스럽게 입혔다"고 전했다.

    '나빌레라'는 오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 ▲ 뮤지컬 '호프' 김선영·고훈정.ⓒ알앤디웍스
    ▲ 뮤지컬 '호프' 김선영·고훈정.ⓒ알앤디웍스
    ★ 78세 노파 에바 호프가 탄생하기까지

    헝클어진 머리와 입 주변의 버짐, 광대에 핀 검버섯.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에서 딱 봐도 70대 백발노인의 모습을 한 배우 김선영의 실제 나이는 45살이다. 

    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한 '호프'는 현대 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 소유권을 두고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과 78세 노파 에바 호프의 30년간 이어진 재판을 그린다. 차지연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하차하면서 김선영이 '호프' 역을 혼자 소화하고 있다.

    캐릭터 설명을 듣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김선영은 "주인공이 78세 노인이라는 점이 흥미롭고 신선했다"며 "무조건 자세나 목소리를 노인처럼 하는 건 맞지 않은 것 같다. 한 여자가 인생을 바쳐 원고를 지키려는 이유와 심리, 정서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호프'의 김숙희 디자이너는 "분장 소요시간은 약 30분이다. 순서는 일반 메이크업과 비슷하다. 라이닝 컬러(페이스 페인팅에 주로 사용되는 메이크업 재료로 분장용 유성 컬러)와 짙은 갈색 쉐도우로 주름을 표현하고, 버짐은 액체형 라텍스를 사용한다. 헤어 연출은 흰 머리카락 가발을 활용해 시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번 올리는 작품마다 애정을 갖고 있지만 '호프'는 연습실 런스루만 보고도 울컥했다. 특히 '호프' 역의 배우 얼굴에 세월을 실어서 표현한다면 감동이 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호프와 함께 웃고 울어 주시는 관객들을 보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호프'는 5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