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영 전 팀장 "경리팀, 재고자산 조정 통한 분식회계 작성...비자금 조성, 김성우·권승호가 다 해"
  •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48)이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자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는데, 경리팀에서 작성한 (결산)서류의 ‘조정금액’은 횡령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결산자료의 ‘조정금액’은 비자금”이라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을 횡령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채 전 팀장은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결산자료의 ‘조정금액’은 ‘재고자산 조정’을 통한 분식회계 내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재고자산 조정은 분식회계의 한 방법으로 회사의 재고자산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해 당기순이익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MB 보고된 결산자료, 재고자산 조정을 통한 분식회계 내용"

    본지는 이 전 대통령 핵심 혐의 중 하나인 ‘다스 자금 횡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찰 측의 주장이 확연히 상반되는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다스에서 회계 등을 담당했던 채 전 팀장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채 전 팀장은 2001~2008년까지 다스의 경리팀장으로 근무했다. 다스의 모든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채 전 팀장이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 전 팀장에 따르면 재고자산 조정에 의한 분식회계는 90년대 후반부터 이뤄져 왔다. 원청사인 현대차의 납품단가 조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많은 하청업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한다.

    그는 “재고자산 조정은 90년대 후반부터 이동형(이상은 다스 회장 아들)이 오기 전까지 계속 있었다”며 “이동형 입사 전후 다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재고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일반회사에서 그렇게 늘어날 수가 없다. 금액은 적으면 연간 20~30억, 많으면 50억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는 지난해 3월 검찰조사에서 다스에 근무 할 당시 매년 초 이 전 대통령에게 결산자료를 가지고 경영보고를 했는데, 이 자료의 조정금액 부분이 다스의 대주주였던 고(故) 김재정씨에게 올려보낸 비자금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경영상황과 비자금 조성을 보고받았다고 판단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김재정씨를 통해 다스의 자금 339억원을 횡령했다며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1심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다스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결정적 ‘증거’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진술인 셈이다.

    "재고자산 조정, 횡령과 관련 없어"

    그런데 채 전 팀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결산자료에는 ‘횡령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기입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횡령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채 전 팀장은 “재고자산 조정으로는 돈(비자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라며 “조세포탈이 될 수는 있어도 횡령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스에 있을 때) 재고자산 조정 방식의 분식회계 내용을 매년 결산자료의 ‘조정금액’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기재했다”고 덧붙였다. 재고자산 조정 방식을 통한 분식회계는 회사 재고자산의 가치를 줄이는 것이라서 돈을 횡령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 ▲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뉴시스
    ▲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뉴시스
    그렇다면 339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은 누가 조성했을까.

    김재정씨에게 전해진 339억원은 재고자산 조정 방식이 아닌, 세금계산서 위조와 원자재 가격 과다계상 등 다른 방법으로 조성된 자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채 전 팀장은 “예를 들어 실제 재고자산이 50억 있는데, 장부 가치를 30억으로 줄이면 당기순이익이 20억이 줄어든다. 세금도 30억에 대한 세금만 내는 것이고 현대차에서도 당기순이익이 적으니 납품단가 조정을 미루게 된다”고 말했다.

    "339억 횡령, 원자재 과다계상 등 방법… 경리팀 작성한 것 아냐"

    그는 이어 “실제적으로 횡령은 없고 재산가치를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조세포탈이 될 수 있지만 횡령이 될 수는 없다”며 “돈이 나오는 부분의 비자금 조성은 경리팀에서 모르게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가 다 했다”고 강조했다.

    채 전 팀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비자금 조성이 아닌 분식회계를 보고받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를 통해 다스의 비자금 조성 내용을 보고 받았으니, 다스의 실소유주이며, 횡령은 결국 이 전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다스의 자금이 김재정씨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은 확인했으나, 돈이 김재정씨로부터 이 전 대통령쪽으로 움직인 정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 전 팀장은 “권 전 전무가 이 전 대통령에게 결산자료를 보고할 때, 어떻게 보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리팀에서 자료를 만들 때 조정금액에 기재한 부분은 재고자산 조정”고 말했다.

    "조정금액=비자금" 검찰 주장 '흔들'

    그러면서 권 전 전무가 “재고조정 방식의 분식회계는 처음 한두해 동안만 효과가 있고 이후에는 이익을 줄일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위증이라고 했다.

    채 전 팀장은 “재고라는 것은 한 해만 물려서 가는 게 아니고 한번 하게 되면 그 다음해에도 계속 조정을 해야한다”며 “톱니바퀴처럼 가기 때문에 한 번 하면 끝까지 해야한다. 이동형이 온 때부터 안했고 그 전에는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 전 전무에 대한 기소의지를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채 전 팀장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 전 전무가 다스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빼돌린 돈이 꽤 있다. 제주도와 충청도에 땅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거 다 회삿돈이고 검찰에서 알아내야 하는 부분이다”고 했다.

    채 전 팀장은 본지에 밝힌 인터뷰 내용은 모두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채 전 팀장은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의 증인으로 서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채 전 팀장을 포함한 2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채 전 팀장 등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