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설 지역 잇단 산불에 '의구심'…국방부 "대인 지뢰는 터져도 대전차 지뢰는 그대로"
  • ▲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산불. 이틀째 진화가 안 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산불. 이틀째 진화가 안 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연천군 북측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KBS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비무장지대 삼림 수백 hr가 소실된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면적의 80%는 북측지역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는 없다.

    YTN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문제의 산불은 지난 22일 오후 6시 무렵 시작됐다. 경기도 연천군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시작된 불은 바람을 타고 내려와 한때 군사분계선 남측 비무장지대로 번졌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이 운용하는 헬기는 야간출동을 할 수 없어 제대로 진화작업을 펴지 못했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23일 오전 날이 밝자마자 헬기 2대를 투입해 산불을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 한 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었지만 별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국은 북측에 산불 진화작업 도중 발생한 일이라고 통보했다.

    기분 나쁜 상상 자극하는 연천 DMZ 산불

    과거 자료를 확인한 결과 연천군 비무장지대에서의 산불은 지난 3월6일에도 있었다. 소방당국과 산림청에 따르면, 당시에도 북측 비무장지대에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국은 7일 헬기 10대와 소방차 3를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불길을 쉽게 잡지 못했다. 진화작업은 8일까지 이어졌다.

    하필이면 연천군 일대, 그것도 북한 측 비무장지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점이 묘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현재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발령돼 있다. 지난 4월4일 동해안 속초 일대의 산불에서 보듯 언제 어디서 대형산불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 ▲ 2017년 3월 15일 MBC가 단독보도한 북한의 남침 시나리오 가운데 공격 경로. ⓒM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7년 3월 15일 MBC가 단독보도한 북한의 남침 시나리오 가운데 공격 경로. ⓒM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연천군은 군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한국에는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곳이고, 북한에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시 한미연합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공격하는 세 곳 가운데 한 곳이다.

    2017년 3월15일 MBC는 “북한 무기수출자료에서 ‘김포공항 침투’ 각본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MBC가 확보했다는 자료는 북한 정찰총국이 말레이시아에 설립해 무기를 수출하려던 유령회사 ‘글로콤’의 무기판매 자료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군사용 무선·광학장비를 판매하려고 만든 자료 속에 남침 시나리오가 들어 있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북한 해상육전여단이 ‘2번 비행장’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다. MBC가 화면과 좌표를 복원하자 ‘2번 비행장’ 위치에는 김포공항이 있었다.

    북한은 김포공항을 습격하기에 앞서 전방지역 3곳에서 시가전을 벌이며 한미연합군의 주의를 분산시키려 한다. 대상지역은 경기도 연천군, 강원도 화천군, 육군 제2사단이 주둔 중인 강원도 양구군 등이었다. 한미연합군이 이곳의 전투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 특수부대는 수송기와 인천 영종도에 미리 침투시켜 놓은 해상육전대를 투입해 김포공항을 접수한다. 이어 육군 1개 사단과 류경수 105탱크사단이 서울 북동부를 치고 들어오는 내용이다.

    군 당국 “산불로 비무장지대 지뢰 터져도 괜찮다”

    MBC가 보도한, 북한군의 시나리오대로 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군이 연천군을 공략 대상으로 본다는 점, 이런 와중에 올 들어 연천군 북방에서 계속 산불이 발생하는 점과, 비무장지대에 매설된 지뢰들이 산불로 터지고 있다는 증언은 께름칙하다.

    국방부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비무장지대 산불로 인한 지뢰지대 소멸 여부는 따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군 관계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군 관계자는 “비무장지대에서 산불로 터지는 지뢰는 대인지뢰일 뿐 대전차지뢰는 그대로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일대를 철저히 감시하기만 하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북한 간의 군사적 충돌 때 양측의 진격 속도를 늦추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6·25전쟁 전후 비무장지대에 매설된 수많은 지뢰다. 이 지뢰가 제거되면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것 외에는 적의 진격을 막을 길이 없다. 이런 지뢰가 특정지역에서만 산불로 조금씩 제거되고 있음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