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침해"… 재판관 10명 중 4명 불합치, 3명 위헌 의견
  • ▲ 헌법재판소 전경. ⓒ헌법재판소
    ▲ 헌법재판소 전경.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규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정모 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고, 형법 270조는 의사 등이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재판관 9명 중 4명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3명은 단순 위헌, 2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률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침해"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자기낙태죄가 위헌이므로 동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자기결정권에 과도한 침해가 있는 것이지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입법 공백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오는 2020년 12월31일 입법 전까지 (기존 법을) 계속 적용한다”고도 밝혔다.

    정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69차례에 걸쳐 낙태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2017년 2월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