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고성 한국, 창원성산 정의당 대세… 판 키우면 불리" 분석… "비겁한 꼼수" 시각도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3 재·보궐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조용한 분위기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이 연일 현장유세를 펼치며 당력을 총집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재·보궐선거 ‘관전자’를 자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은 지난 21일 시작됐다. 각 당은 21일 전부터 이미 본격적인 선거체제를 꾸리고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2곳(창원 성산/ 통영·고성) 민심 잡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선거운동 시작 직후부터 창원에 상주한다. 황 대표는 21일 강기윤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어젯밤에 창원으로 이주했다”며 “작은 원룸을 얻어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 어떻게 창원경제를 살릴 것인지 의견을 듣겠다. 10년 전엔 창원지검 검사장을 한 적이 있다. 잊지 않고 있다. 내 일처럼 강 후보와 함께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했다.

    이튿날인 22일에도 오전에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뒤 다시 내려가 경남지역 현장유세에 열을 올렸다. 측근인 정점식 후보가 출마한 통영·고성을 훑은 뒤, 저녁에는 다시 창원으로 자리를 옮겨 유권자들을 만났다. 첫 주말인 23~24일에도 성주사 등 지역 사찰과 테니스장을 돌며 ‘한 표’를 호소했다.

    황 대표뿐만 아니다. 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1일 강 후보 출정식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했는데 속 시원하셨냐”며 “이번 정권이야말로 ‘김정은 수석대변인’보다 더한 얘기를 들어도 모자라지 않은 정권 아니냐”고 현 정권을 비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지원유세에 나서 “4월3일은 이 정권을 심판하는 날”이라며 “북핵을 폐기하라 해도 요지부동인데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국방 안보의 빗장을 열어젖히는 역주행, 비겁한 정권, 안보포기정권을 이번 선거로 심판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창원 성산 승리 땐 영남 지지층 결집

    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재·보궐선거가 확실한 정국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통영·고성의 경우 이미 ‘한국당 텃밭’이라는 게 정가의 지배적 해석이다. 여기에 영남지역 ‘진보의 성지’로 분류되는 창원 성산에서까지 한국당이 승리할 경우 한국당은 영남권 지지층을 결집, 총선까지 승전(勝戰) 분위기를 몰고 갈 수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일찌감치 창원에 짐을 풀었다. 손 대표는 지난달 말 창원 성산 후보자를 최종 낙점한 후부터 창원에 반(半) 상주, 연일 서울과 창원을 오가는 강행군을 펼친다. 손 대표 역시 창원의 아파트를 임대해 생활 중이다.

    정의당도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 성산만큼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방침 아래 당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정미 대표, 심상정 전 대표 등 주요 당직자가 지역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은 느긋한 분위기다. 보수야당과 달리 당 대표의 현지 상주 계획도 없다.

    이해찬 대표, 27일까지 베트남 방문

    이해찬 당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 창원을 방문한 바 없다. 29일 통영·고성 양문석 후보 지원에 나설 예정이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도리어 이 대표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25~27일 베트남행(行)을 택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 대표의 베트남 방문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전에 잡힌 일정으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보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재·보궐선거에서 승산 없는 민주당이 벌써부터 한 발 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통영·고성은 한국당이 승리할 확률이 높고, 창원 성산은 정의당으로 단일화됐다. 이런 가운데 선거에 깊게 관여했다 패전할 경우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프레임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당으로서는 애초부터 선거판을 키우지 않고 정의당에 양보하는 그림이 최우선 전략이라는 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 판을 키웠다가 한국당에 질 경우 어렵게 쌓은 ‘PK 민심’마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계획일 것”이라며 “대신 PK에 대한 전폭적 예산 지원 등 우회로를 통해 민심을 챙기며 후일을 도모하는 분위기”라고 관망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경남지역은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선업 불황 등으로 경제파탄 위기에 처했다. 손  바른미래당 대표는 25일 “말이 단일화지 실제 단일화인가. 민주당이 정의당에 양보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가 창원에 나타나기나 하나. 여론조사 한다고 하지만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권자를 속이려 한다”며 “책임회피, 경제 실패 책임을 안 지겠다는 것이고, 중간 심판인 보궐선거 책임을 안 지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