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산식, 의원들마저 헷갈려... 한국 "국민 패싱할 일 있나?"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좌파독재 OUT'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좌파독재 OUT'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선거제 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이 뜨겁다. 한국당은 여야 4당과 대립을 넘어 이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 의석 배분 방식을 놓고 "국민은 알 필요 없다"는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 "국회의원인 우리조차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당이 야합해 급조한 50%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체가 여의도 최대 수수께끼가 되고 있다"며 "심지어 정치9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선거제 개편에 합의한 장본인들도 설명하지 못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산식이 바로 선거제도"라며 "어떤 산식이냐에 의회 구성 판도가 바뀐다"며 "산식이 민주주의 질서인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국민들은 산식이 알 필요 없다고 했으나, 국민은 그 산식을 알 권리가 있다. 선거제 개편 국회의원은 그 산식을 소상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4당 선거제 개편안, 국회의원들도 "이해 못하겠다" 반응

    앞서 17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 50% 연동율을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형식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다. 이 합의안에선, 가령 A당이 지지율 10%에 지역구 20석을 얻을 경우 추가로 10석을 가져가게 된다. 지지율 10%이니 전체 확보 의석이 30석이 되는 것이다. 이 중 A당이 가져가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5석이다(50% 연동율). 나머지 의석 5개는 또 다시 각 당 득표율에 비례해 권역별로 2차 배분한다. 

    난점은 정당득표율의 절반 의석을 보장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국이 아닌 권역별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석패율제까지 추가되면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 더 복잡해진다. 특히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2차 배분하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아직 없는 상태다. 이에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게 무슨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8일 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설명을 듣고 천정배 의원에게 '지금 이 설명을 이해하는 천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 웃더라.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종현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종현 기자
    "내용도 내용이지만, 심상정 태도가 더 문제"

    나 원내대표는 이날 "내가 던진 표가 누구에게 어떤 정당에 가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이 선거의 주인이 아닌 손님이 되고 있다"며 "하다하다 이젠 국민을 패싱하나.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소상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알 필요 없다' 식의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문제제기했더니 심 의원이 '좁쌀정치'라고 한다. 선거제 투명 요구가 좁쌀정치인가"라고 반문하며 "심 의원이야말로 국민을 좁쌀로 여기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나 원내대표는 "어렵고 복잡한 선거제로 눈과 귀를 가리고 좌파 장기독재 야합세력에 엄중히 경고한다. 민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17일 여야 4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초안 합의 이후 브리핑 자리에서 비례대표 의석수 도출 계산법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비례 의석수를 '권역별'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자 심 의원은 "산식이 굉장히 복잡하다. 일반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 없다. 예를 들어 컴퓨터 치는 방법만 이해하면 되지, 부품이 어떻게 되는 것까지 다 알 필요는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선거법 개편을 제1야당 합의도 없이..."

    한국당은 "국민이 알 필요가 없는 그런 선거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면서도 "다 떠나 이를 제1야당과 합의 없이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이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9일 논평을 내고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을 합의가 아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며 대한민국 정치수준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을 끼워팔기 식으로 거래하겠다는 발상은 정권 연장을 위한 추악한 부당거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며 "여야 4당이 기어이 자기 당 의원 수 늘리기 선거법 개정과 대통령의 권력기관 장악용 법안 처리를 거래한다면 국회 역사상 최악의 정치적 야합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 역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권역별 '반쪽'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기상천외한 선거제 개편안은 국민은 물론 국회의원조차 이해하기 힘든 누더기 짜깁기 수준"이라며 "연동형 비례제 의석 배분 방식을 국민도 알고 싶다. 심상정 의원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각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