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판하면 매국이라니" 언론독재 비판… 민주, 파문에도 '매국 성명' 안지워
  • ▲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시스
    ▲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기사를 쓴 '블룸버그 통신' 기자의 실명을 공개하며 저격한 것에 대해 언론계의 우려가 심각하다. 언론계 전문가들은 “기득권에 취한 권력층의 전형적 방만”이라는 용어로 사태를 정리했다. 이 같은 ‘언론독재’ 시도가 지속될 경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3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전날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인용한 '블룸버그 통신' 기사에 대해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며 해당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해 “악명 높은 기사”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이 문제삼은 기사는 지난해 9월26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블룸버그 통신'이 “남한의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되다”라고 보도한 내용이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이 같은 내용이 이슈가 되자 해당 기사가 게재된 지 약 반년 만에 이의를 제기했다.

    국내외 언론계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의 구미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해서 기자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의 중대한 침해이자 인권 경시 행위라는 비판이다.

    성창경 위원장 “개인 아닌 언론사 보도… 모욕 넘어 협박”

    성창경 KBS 공영노조위원장은 “특정기자의 기사는 개인의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서 노출된 게 아니라 그 기자가 속한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기자 개인의 이름을 거명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기자 개인에 대한 모욕이자 일종의 협박”이라며 “앞으로 어떤 기자가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 언론 본연의 사명과 자유, 기자 개개인의 안전을 해치는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일갈했다.

    성 위원장은 민주당의 언론관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언론을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며 “민주노총 산하 138개 언론노조가 자기들에게 우호적 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거만함이 외신에 대한 공격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자기들에 반대되는 것을 전부 ‘적폐’라고 간주한다”면서 “촛불정권이라는, 스스로 만든 ‘신성의 영역’을 언론이 공격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권력의 힘으로 입을 막겠다는 시대착오적 언론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근 교수 “언론이 거짓말 않는 한 판단은 국민이”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언론이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은 이상 (정부에)나쁜 말이든 좋은 말이든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시비를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서는 언론이 국가권력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두고 문제삼지 않는다. 자기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쥔 사람들이 이를 통제하거나 노골적으로 문제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석우 대표 “국가적 망신, 국격의 추락”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의 사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부정한 국가적 망신이자 국격의 심각한 추락”이라며 “내로남불,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은 국내외 전 언론에 대해 ‘사과’ 차원이 아닌 ‘사죄’를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도 앞서 16일 민주당의 논평 철회를 촉구하며 “민주당으로 인해 기자 개인의 신변 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기사와 관련된 의문이나 불만은 언론사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제기돼야 하고, 결코 한 개인을 공개적으로 겨냥해서는 안 된다. 성명서가 현재도 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시돼 기자에 대한 위협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이해식 대변인의 논평은 현재까지 삭제되지 않은 채 민주당 홈페이지 올라 있다. 민주당의 공식 견해도 일절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