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인터뷰 “로드맵 위한 로드맵이 현실적… 北, 구체적 비핵화 땐 경제지원 필요”
  •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이번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까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북한이 경제개혁을 준비 중인데 외부세계가 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합의 가능한 수준은 비핵화 로드맵이 아니라 협상을 위한 로드맵 정도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면 먼저 실무그룹을 구성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뿐 아니라 한국·중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면 제재 완화뿐만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의제를 설정하고 협상 수단을 만들어야 하므로 비핵화 로드맵에 앞서 협상 로드맵을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금도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이 없으므로 이번 미북정상회담이나 추가 협상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했을 때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 조치에 대해서도 문 특보는 “최근 미국언론들이 ‘영변 핵시설 동결, 핵물질 생산 중단만 해도 미국이 평화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보도하는데, 미국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정은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3분의 2 이상을 파괴했다”고 말했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과 발사대의 폐기 또한 유관국이 참관한 가운데 폐기하는 등 ‘외부의 검증’이 없이는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으리라는 게 문 특보의 분석이었다.

    그는 “북한이 영변 이외의 핵시설까지 검증 가능한 해체작업을 하게 되면 미국도 상당히 큰 양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면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완화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비핵화 뒤에 남북경협 가능”

    문 특보는 이어 “북한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의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지난해 9월 평양에 가서 느꼈던 것은 분명 북한이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라며 “요즘 평양 시내에는 ‘선군정치’ 구호보다는 ‘선경정치’를 주로 강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 인사들이 한국 정치인보다 경제인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인 것도 북한이 경제를 중시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문 특보는 “그렇지 않다”며 “지금 북한은 나름대로 개혁개방을 차분하게 준비해가고 있는데, 그걸 (외부세계에서)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보기관과 의회 일각의 미북정상회담 회의론에 대해 문 특보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고, 북한이 여기에 따라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을 취하게 되면 회의론자는 물론 냉소주의자·비관주의자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아침 미 의회에서 10여 명의 하원의원들과 아침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과거에 비해 냉소주의나 회의론이 많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문 특보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공조를 위해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고, 미북 간 협상이 잘되면 김정은의 서울 답방도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일단 제재가 풀려야 남북경제협력을 할 수 있으니 그 전까지는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