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심문기일 출석… "검사 수십명 동원해 이 잡듯 법원 뒤져" 심경 밝혀
  •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이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심문기일에 출석해 “검찰은 법원의 자체조사에도 불구하고 영민한 목표의식에 불타는 수십 명의 검사들을 동원해서 우리 법원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검찰이 대법원의 재판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제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우리 법원의 재판에 관해, 그 프로세스에 관해 이해를 잘못하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법관이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옆에서 들리는 몇 마디 말이나 몇 가지 문건을 보고 쉽게 결론 내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며 “더구나 대법원의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너무나 이해력이 없어서 제가 그걸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검찰, 대법원 재판 과정에 대한 이해력 없어"

    양 전 대법원장은 “그렇게 영민하고 사명감에 불타는 검사들이 법원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20여 만 쪽에 달하는 증거서류가 내 앞에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며 “무소불위의 검찰과 마주서야 하는데 제가 가진 무기는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대한 자료의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재판하는 것이 과연 형평과 공평에 맞는 건지 묻고 싶다”며 “보석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공평과 형평이 지배하고 정의가 실현되는 법정이 되길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 "증거인멸 우려" 보석불가 주장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되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풀려나면 다른 전·현직 법관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보석불가를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 19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보장을 내세워 보석을 신청했다. 구속상태가 지속되면 구치소에서 20여 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또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미 광범위한 증거를 수집해놓은 상황인 만큼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제출한 의견서 등을 참고해 적절한 시기에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