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치’ 가족회 황인철 대표 등... 이미일 이사장 "기억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을 분들"
  • ▲ 유엔인권사무소가 유튜브에 공개한 납북자 가족들의 사연. ⓒ유엔인권사무소 유튜브 채널 캡쳐.
    ▲ 유엔인권사무소가 유튜브에 공개한 납북자 가족들의 사연. ⓒ유엔인권사무소 유튜브 채널 캡쳐.
    유엔 인권사무소(OHCHR)가 한국인 납북자 가족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영상에는 1969년 12월 발생한 ‘KAL기 납치’ 사건 피해자 가족회 황인철 대표, 1950년 6.25전쟁 당시 가족이 납북당한 사람들의 모임,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이미일 이사장이 등장했다.

    황인철 ‘KAL기 납치사건 피해자 가족회’ 대표의 부친 황원 씨는 당시 강릉에서 서울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탔다가 북한으로 끌려갔다. 황 대표는 자신이 두 살 때 아버지가 출장가기 위해 비행기에 탔는데 그대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됐다며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50년 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강력한 항의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던 북한은 1970년 2월 납치했던 사람들을 송환했지만, 황씨 등 승객 8명과 승무원 4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이미일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이사장은 “6.25전쟁 초기 북한군에 잡혀간 아버지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내일 올게'라고 말하며 나간 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밝혔다.

    영상은 이 이사장이 2000년 11월 6.25전쟁 당시 납북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을 모아 협의회를 결성한 뒤 납북 관련 자료 발굴, 납북자 피해가족과 납북됐다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밖에도 납북피해 진상규명, 납북피해자 명예회복, 특별법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이사장은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주기 바란다”면서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그분들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시나 폴슨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장도 등장한다. 폴슨 소장은 “서울에서 조사 중인 북한 인권유린 사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이 과거 자행한 납치”라고 밝혔다. 폴슨 소장은 ‘KAL기 납치 피해자 가족회’와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같은 단체들과 협력해 북한으로 끌려간 가족들의 생사 확인과 납북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인권사무소가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납북사건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6.25전쟁 당시 북한이 납치한 한국인은 8만~10만 명으로 추산되며, 전쟁이 끝난 뒤 최소한 5만 명의 한국군 포로가 송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가운데 500여 명의 생존자가 아직 북한에 억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COI는 또한 “6.25전쟁이 끝난 뒤에도 북한에 납치된 한국인이 3855명이나 되며, 이 가운데 516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