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항소심] 故김씨 부인 권영미 "내 상속재산"… 권씨, 11차례 자정 넘기며 4일 연속 조사 받기도
  •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과 비자금 횡령 혐의 등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증인들이 항소심 공판에 줄줄이 불출석하고 있다. 1심은 이들 진술 등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일부 출석 증인들이 검찰에서의 진술과 다른 증언을 하면서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은 1심과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3차 공판에서는 권영미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권씨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고(故) 김재정 씨의 부인으로, 1000억원에 달하는 김씨의 재산을 상속받았다.

    김재정 씨는 지난 2012년 지병으로 사망해 검찰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으며 증인심문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권영미 씨의 법정진술이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과 비자금 횡령 혐의 등을 가릴 주요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권씨 "김재정, MB건물 3채만 관리"…'MB재산관리인' 檢주장과 배치

    앞서 검찰은 다스 수사과정에서 수십 년간 매년 수십억 원씩의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 비자금은 김모 다스 전 사장과 권모 다스 전 전무가 조성한 것으로, 일부는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가 개인적으로 횡령하고, 나머지 일부는 김재정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재정 씨에게 전달된 비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 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그러나 김씨로부터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이 건네진 객관적 증거(금융거래 내역, 회계장부 등)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자 검찰은 권영미 씨 등 관련자들로부터 김재정 씨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김씨의 부동산과 다스 주식 등 모든 재산은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재정 씨에게 전달된 다스 비자금도 김재정 씨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반면 변호인단은 김재정 씨가 관리한 것은 이 전 대통령 소유의 강남 건물 3채 뿐인데,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이 관련자들의 진술을 왜곡·확대해 거짓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수용해 ‘이 전 대통령이 재산관리인인 김재정 씨를 통해 다스 비자금 339억원을 횡령했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변호인단은 권영미 씨에게 “검찰조사에서 ‘김재정 씨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한 것은 맞다’고 진술했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그러자 권영미 씨는 “이 전 대통령 소유의 강남 건물 3채를 관리하면서 임대료를 받고 필요한 인력을 뽑는 등의 일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모든 일을 할 수 없어 남편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건물관리를 맡겼다”는 것이다.

    김재정 씨가 언제까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했냐는 질문에 권씨는 “청계재단이 설립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이 모두 청계재단에 기부돼 더 이상 관리를 하지 않게 됐다”고 답변했다.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본인 소유의 강남 건물 3채를 기부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권씨의 이 같은 진술은 검찰의 주장이나 1심 판결 내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재정 씨가 단순히 이 전 대통령 소유의 강남 건물 3채만 관리한 것이라는 진술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인다면, “김재정 씨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기 때문에 김재정 씨에게 전달된 비자금은 이 전 대통령에게 간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그 근거를 잃게 된다.

    "쓸 돈 충분했다" 권씨 법정진술, 검찰 진술서와 달라

    이날 공판에선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이 국장은 김재정 씨의 부하직원으로 재무업무 및 이 전 대통령 소유 강남 건물 3채에 대한 관리 실무업무 맡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재정 씨가 사망하고, 이 전 대통령이 강남 건물 3채를 기부해 청계재단을 설립하자, 이 국장은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 임명돼 강남 건물 3채의 관리를 계속 해왔다.

    검찰은 이 국장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권영미 씨의 진술서다. 이 진술서에는 김재정 씨 사후 상가를 방문한 이 전 대통령에게 권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하자, 이 전 대통령이 “너희 가족은 내가 잘 보살펴 주겠다”며 이 국장을 시켜 도와주겠다고 말한 내용이 있다. 이후 이 국장이 상속 문제 등 모든 문제를 같이 해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 ▲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3차 공판에 출석한 권영미씨가 증인신문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3차 공판에 출석한 권영미씨가 증인신문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검찰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는 권영미 씨의 말은 상속받은 재산이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소유이며, 권영미 씨의 재산은 없어서 생계문제를 언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국장을 시켜 도와주겠다”는 이 전 대통령의 말은 본인의 재산관리인을 통해 권영미 씨의 생계를 보장해 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권씨, 자정 넘긴 검찰조사 11차례… 4일 연속 조사 받기도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권영미 씨는 “내가 쓸 돈은 충분히 있었다”며 생계문제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는 말은 “남편이 죽고 사회경험도 없고 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었다”는 의미였으며,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어깨를 다독이며 “걱정하지 마라”고 위로해 준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권씨는 이 전 대통령이 “이병모 국장을 시켜 도와주겠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다만 “남편이 살아 있을 때 동사무소 일조차 못하는 상태였는데, 남편이 그렇게 되고 대통령님만 믿었다”며 “그런데 대통령님과의 공통분모가 이병모 국장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이병모 국장에게 상속업무를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권씨의 법정진술은 검찰의 주장은 물론이고 권씨의 진술서 내용과도 배치되는 주장이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권영미 씨가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검찰조사를 11번이나 받았으며, 4일 연속 조사를 받기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권씨는 검찰로부터 “계속 김재정이 남긴 재산이 본인의 재산이 맞다고 진술하면 수백억 원의 상속세를 포탈한 것이 된다”는 압박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김모 다스 전 사장은 다스가 조성해 김재정 씨를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던 비자금이 2005년부터 줄어들게 된 이유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가 생산하던 핵심부품을 이관 받아서 김재정 씨를 시켜 금강을 설립한 후, 금강 쪽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했기 때문에 다스 비자금이 줄어든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근거로 다스로부터 비자금을 횡령하던 이 전 대통령이, 김재정 씨를 시켜 금강을 설립한 후 비자금 횡령 창구를 금강으로 옮긴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금강에서 총 56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발견했다. 김재정 씨 생전에 약 23억원이 조성됐고, 김재정 씨 사망 후 약 33억원 가량이 조성된 것이다.

    "수십억대 금강 비자금 MB꺼" 김 전 다스 사장 진술은 허위

    그런데 검찰이 권영미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영수증 및 ‘고철’, ‘용역’, ‘하청업체’ 등을 이용해 돈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비자금 조성내역까지 발견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권씨가 금강 비자금 대부분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내역까지 확인됐다. 김 전 사장의 진술과 달리, 금강에서 형성된 비자금은 김재정 씨 및 권영미 씨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 유죄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모 다스 전 사장의 진술이 허위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스 비자금 횡령도 이 전 대통령이 관계되지 않았다는 심증을 굳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에서 금강 비자금 횡령 혐의만 제외했을 뿐,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는 유지한 채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단이 금강 비자금을 받게 된 경위에 대해서 묻자 권영미 씨는 “(관계 직원이) 돈을 가져다 주기에 이게 뭐냐 했더니 ‘김재정 씨께 드리던 것’이라고 해 안심하고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 돈이 혹시 이 전 대통령께 드리는 돈이라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있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엔 “아니요”라고 짧게 답변했다. 김재정 씨로부터 상속 받은 재산이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반대 신문에서 검찰 조사 때 작성된 진술서 내용과 법정진술이 다른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에 대해 권씨는 “진술서가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신문 과정에서 검찰은 권씨에게 수차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 아니냐”는 추궁을 하다가 재판부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