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트럼프, 비핵화 대신 '핵동결' '핵군축' 제시 가능성 높아"
  •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페이스북 캡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페이스북 캡쳐.
    미국의 한반도전문가들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너무 심해 더 이상 대중에게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동결’이나 ‘탄도미사일 폐기’로 한정하는 미국의 ‘스몰 딜’ 주장이 나오는 것도 한미동맹의 균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7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과 미국의 중도좌파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컨퍼런스에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과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 에번스 리비어 선임연구원의 주장을 정리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간 정책 이견이 너무 심해 더 이상 대중의 눈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한미 양국이 갈수록 북한의 위험성 평가에서 이견을 보이며, 북한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 위협을 평가하는 데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군복 입은 아들·딸을 사지(死地)로 보내 피를 흘리면서까지 한국을 방어한다”면서 “한국은 동맹인 미국에 대해서는 가치중립적 정책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또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기조에 대해 “문 대통령은 비핵화 과제를 미국에 떠넘긴 채 분쟁 회피와 남북관계 개선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한다”고 평가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비핵화를 훗날로 미루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식은 비핵화가 절대로 이뤄지지 않도록 확실히 보장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동의할 수 없다”

    부시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남북관계 개선, 북한의 경제성장이 모두 어우러지면 북한의 적대행위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보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지금 또는 먼 미래에 진지한 방식으로 진정한 비핵화에 나서리라는 짐작은 처음부터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부시 연구원은 “우리는 비핵화 과정의 끝무렵이 아니라 처음부터 북한에 혜택을 주려는 문 대통령의 접근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무엇부터 잘못됐는지 물어야 한다”며 “북한의 의도는 여전히 한미동맹 해체와 북한 주도의 통일”이라고 지적했다.
  • ▲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주일미군 소개영상. 영상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주일미군 소개영상. 영상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직접대화를 통해 김정은이 비핵화에 나서도록 한다는 ‘플랜 A’는 실패했음이 분명하다”며 “이제는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지 말고 ‘플랜 B’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비어 선임연구원이 말하는 ‘플랜 B’란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인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수준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더욱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폴락 연구원은 “미국이 머지않아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수단 보유를 사실상 인정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형태의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1차 미북 정상회담 때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한 것처럼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가게 되고, 한국은 핵위협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이 같은 미국 전문가들의 지적에 한국의 전문가는 “북한 비핵화 협상 진행과 한미동맹 약화는 별개이며, 때로는 감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동맹과 군사력을 강화하면 현상유지는 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통일은 어려워지고 북한은 핵을 개발하는 모순적 상황이 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한 전문가 “北 압박할수록 더 핵개발 몰두”

    그러나 다른 한국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약화와 북한 비핵화 실패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우려에 동의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와 협의해야 하는 대북제재 완화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수, 주한미군 감축 또는 역할 변경, 미군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을 김정은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을 막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미 간 신속한 논의와 협조가 필요하며, 남북한과 미국이 적당한 시기에 함께 모여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한미동맹 등 첨예한 주제에 대한 한국과 미국·중국의 미묘한 견해 차이를 공략해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