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누드 그림 걷어냈다고… 법원, '재물 손괴죄' 판결

서울남부지법, 심동보 예비역 제독에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 1심 유죄 선고

이상무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1.11 21:53:21
▲ 2017년 1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곧, 바이! 展’에 전시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을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가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탄핵 정국 당시 국회에 전시돼 박근혜 전 대통령 성적(性的) 비하 논란을 낳은 풍자 누드화를 철거한 행위가 벌금형 유죄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11일 <펜앤드마이크> 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영아 판사는 10일 예비역 해군 준장 심동보 전 제독에 대해 재물손괴죄로 1심에서 벌금형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검찰의 벌금 100만원 구형을 그대로 받은 판결이다.

심 전 제독은 지난 2017년 1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층에 전시된 그림 '더러운 잠'을 벽면에서 떼어내 던졌다. 당시 전시회 '시국풍자 전시회-곧, BYE! 展'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주최했다.

해당 그림은 철거 전날 한 인터넷언론에서 국회에 버젓이 전시된 상황을 보도하자 당일부터 파문이 일었지만, 국회 측은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얼굴을 끼워 넣어 패러디한 것으로, 모욕과 성희롱, 여성혐오 시비에 휩싸였다.

심 전 제독은 앞서 지난해 12월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더러운 잠' 전시에 대해 "미혼의 여성 대통령을 발가벗긴 그림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 전시하여 국군통수권자의 권위와 인격을 짓밟고, 자랑스러운 문명 선진국인 조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뭇 여성을 혐오하고 차별한 이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오히려 공공장소에 내건 게 유죄 아닌가"

그는 "그림을 우연히 보고 분개한 나머지 오랜 군 복무 중 습관화된 정의감이 조건반사적으로 발현되어 던진 것인데 기소되어 이렇게 재판까지 받게 될 줄은 솔직히 잘 몰랐다"며 "오히려 이 사건 그림을 민의를 대변하는 대표적 공공장소에 내걸어 지탄을 받은 행위가 죄가 되어 벌을 받는 줄 알았다"고 항변했다.

또한 "어떤 사람이든 어머니나 아내나 딸의 나체 그림이 공공장소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그냥 지나치는 가족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TV 보도화면 캡쳐

"구체적 손괴는 타인이 했다"

심 전 제독은 그림의 손괴 상태에 대해선 "저의 행위로 인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제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사건 현장을 떠난 후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구체적인 손괴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시회 논란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런 일입니다.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심 전 제독은 전시회가 중단되기 전 이 같은 문재인 대표의 언급이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19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성관계 합성사진을 SNS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에 대해 인천지방법원이 2017년 12월 명예훼손 등 혐의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고 재판부에 상기시켰다.

작가가 고발… 심 前제독, 1심 불복 항소장 제출

당시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은 비난 여론이 거세자 대국민 사과를 하고 소속 정당에서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심 전 제독은 "('더러운 잠'을 모사한) 표창원 의원 부부 음란사진을 합성한 그림 현수막을 국회 정문 앞에 내건 사람은 고소돼 기소된 반면, 풍자 누드화로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한 작가는 유사한 혐의로 고발됐다"며 "그러나 검찰에서 무혐의(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고, 문성근·김여진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사람은 구속되어 법 적용의 형평성에 강한 의문을 남기기도 하였다"고 공정한 재판을 촉구했었다.

원고 측, '통진당 이정희 남편' 등… 민사 손배소에도 불리할 전망

하지만 올해 1월10일 별도의 공판 없이 벌금 100만원형 약식명령이 내려지면서, 심 전 제독은 당일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1심 선고에 불복하여 항소장을 제출하고 무거운 걸음으로 귀가하는 길이 한없이 멀기만 했다"며 "집에서 기다리던 아내가 결과를 듣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보니 측은지심이 교차했다. 미안한 마음에 내가 한 행위를 돌아보았다. '더러운 잠'을 건 게 잘못인가, 뗀 게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더러운 잠'을 그린 이구영 작가는 심 전 제독의 철거 시도 다음날(2017년 1월2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명예훼손 내지는 성희롱'이라는 비판 여론에 "지나치게 악의적인 확대해석"이라며 "한 나라의 수반인 대통령 같은 경우는 당연히 그런 풍자 대상이 된다"고 반박했다.

심 전 제독에 따르면 이구영 작가 측은 심 전 제독을 상대로 작품 손괴에 대해 3,000여만원의 민사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원고 측 변호인 10여명 중에는, 종북 논란을 빚었던 이정희 전 구(舊) 통합진보당 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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