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탈당, TV시사예능 프로그램 진행 맡기로… "미래당, 총선 앞두고 흡수될 것"
  • ▲ 박종진 전 MBN 앵커가 4일 바른미래당 서울시당에서 탈당계를 제출, 방송계로 복귀했다. 그는 15일 첫방송 예정인 tvn 시사예능프로그램 '상암동 타임즈'에 섭외됐다. ⓒ정호영
    ▲ 박종진 전 MBN 앵커가 4일 바른미래당 서울시당에서 탈당계를 제출, 방송계로 복귀했다. 그는 15일 첫방송 예정인 tvn 시사예능프로그램 '상암동 타임즈'에 섭외됐다. ⓒ정호영
    박종진 전 MBN 앵커가 4일 바른미래당 서울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앞서 3일 저녁 박 전 앵커는 "tvn 새 시사예능프로그램 '상암동 타임즈'에 합류하게 됐다"며 방송계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앵커는 이날 오전 10시 탈당계를 제출하기 직전 이뤄진 본지 통화 및 탈당계 제출 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정당인으로서 1년 반 동안 활동했던 소회와 바른미래당 및 한국 정치개편의 미래 등을 털어놓았다.

    바둑으로 치면 아마추어 9급…정치 입문 섣불렀다

    MBN 청와대 출입기자 및 정치부장을 지내기도 했던 박 전 앵커는 2017년 7월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도 러브콜이 있었지만, 본인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이 '중도 보수'에 가까워 바른정당을 선택했다. 박 전 앵커와 방송을 통해 친분이 있던 하태경 의원도 그의 영입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앵커는 "당시 방송을 쉬고 있었기 때문에 타이밍이 맞아서 정치권에 들어오게 됐지만 너무 섣불렀다"며 "정치부 기자를 그렇게 오래 했음에도 실전 정치에서는 너무 바보 같았다. 바둑으로 치면 아마추어 9급 수준"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통합된 이후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6월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박 전 앵커는 "제가 (당선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수를 모르는 판단이었다"며 "저도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지만 정치판이라는 것이 인물은 10%에 불과했다. 국민의 바람과 당의 구도를 잘 읽어야 했다. 그 다음이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의 실험은 실패했다

    그는 특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으로 만들어진 바른미래당에 대해선 '물과 기름' '잘못된 만남'이란 혹평을 내렸다. "애당초 바른정당과 국민의 당은 합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부부로 치면 각방 쓰는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근본적으로 정체성과 이념이 달라 잘못된 만남이었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합치는 실험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2년 전 두 당의 합당이 가시화됐을 때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마지막까지 반대했다고 한다. 박 전 앵커에 따르면 당내 계파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유 전 공동대표는 사석에서 "거 봐, 너희들 내 말 안들었지"라며 핀잔을 줬다고 했다. 박 전 앵커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유 대표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모호한 정체성 및 연쇄 탈당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다음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견해를 내비쳤다.

    박 전 앵커는 "보수 통합이 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은 그런 측면에서 각각 우와 좌의 통합진영으로 합쳐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며 "지는 게임하자고 선거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통합 실험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내년 총선 이전 좌우 진영으로 흡수통합돼 사실상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그는 "다른 의원들도 저와 똑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 박 전 앵커는 "실명을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전 앵커는 "이언주 의원은 (탈당) 시기를 고민하는 같다"면서 최근 이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수 성향 의원들은 대체로 바른미래당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바른정당 출신은 기본적으로 고민이 많다. 그 표현이 맞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그는 "과연 누구를 위한 비례제인지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며 "제도 자체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일까?'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 ▲ 박 전 앵커가 이날 작성한 탈당신고서. ⓒ정호영
    ▲ 박 전 앵커가 이날 작성한 탈당신고서. ⓒ정호영
    정치는 '중도 좌우'가 만나 협치하는 것

    그는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도 영입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박 전 앵커는 "당시 민주당을 선택했다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을 것"이라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를 할 때 기자실 대못질 사건을 겪으며 많은 기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40대 중반부터 우파 철학과 자유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과거엔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지금은 중도 우파적 성향을 가졌다. 완전 오른쪽에 있는 것은 아니고, 지금도 좌우가 균형을 갖춰야 국가가 잘 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극좌 극우가 만나면 타협이 될 수 없으니 중도 좌우가 만나 협치를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회주의자, 회색분자라는 말도 듣지만 이러한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첫방송 예정인 '상암동 타임즈'에 방송인 김구라 씨와 짝을 이뤄 사실상 진행자로서 참여하게 된다. 첫 녹화는 내일(5일)이다. 그는 탈당신고서를 작성하며 탈당사유로 '방송법에 의거 시사프로 진행을 맡음'이라고 표기했다. 그는 "시사프로 패널은 당적과 관계가 없지만, MC나 진행으로 가게 되면 방송법에 저촉된다"고 했다.

    정계 복귀 여부에 대해 그는 "지금은 전혀 없다"고는 했지만 일말의 여지는 남겼다. 박 전 앵커는 "정치를 하겠다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해서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상황논리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 선배들이 볼 때는 '하겠다, 하지 않겠다'를 논하는 것 자체가 건방진 표현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앵커는 정치를 "희생과 용기"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통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생각대로 된 게 없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면서 "다시 한번 분수를 돌아보고 겸손해지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치판을 떠나 나라를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겠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