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 총리 발언서 北태도 변화 감지… 美전문가 "핵 개발 전념 그대로인 한 의미 없어"
  • ▲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한 최룡해(왼쪽)와 박봉주(오른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한 최룡해(왼쪽)와 박봉주(오른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北정상회담 이후 북한에서는 과거에 비해 유연하고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읽힌다. 최근, 내각 총리의 '농업 실패' 자인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를 본 美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라며 북한의 내부적인 변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7일 “北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부터 이틀 동안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차 전국농업부문 열성자 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가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박봉주 내각 총리는 회의에서 “지난 기간 일부 농장과 단위에서 종자 생산과 보관·관리 사업을 책임지고 하지 않고, 기후조건과 논밭 별 특성에 맞게 품종배치를 하지 않았으며, 분조관리제에서 논밭 책임제의 우월성을 극대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박봉주 총리는 이어 “특히 올해 혹심한 가뭄과 고온 피해를 이겨내지 못해 곡식 생산 목표를 채우지 못한 농장들에서 보듯 전력을 다하지 않고서는 수확량 증대를 기대할 수 없으며 일꾼들이 경제조직사업을 못하면 당의 정책이 아무리 정당하고 농업 근로자들의 창조적 열성이 높아도 농업 생산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농업정책 실패를 시인했다.

    북한 내각 총리가 대규모 정부 행사에서 정책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美전문가들은 이 말만 보고서 북한이 변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전문 기고가인 ‘피터 워드’는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농업 경영능력과 기술은 분명 북한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라며 “특히 김정은 정권은 성과의 질적 개선을 주요 안건으로 삼고 있다”며 박봉주의 발언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박봉주 총리를 비롯해 김정은 정권 관계자들이 관영매체를 통해 정책 실패를 지적하거나 김정은이 현지 지도 시 간부들을 비판했다고 공개하는 것은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비해 좀 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모든 국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정권이 아무리 노동당 간부나 지역 조직을 닦달해도 북한 농업생산량의 획기적인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1일 공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64만 톤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美비영리 단체 ‘미국친우봉사단’의 다니엘 야스퍼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북한의 낙후된 사회기반시설과 인력에만 의존하는 농업 정책으로는 수확량 증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