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선결 없인 유엔·미국 제재 위반 해당… 통일부 "협의 중" 답변만
  • ▲ 2007년 5월 남북철도연결구간 시험 운행 중인 열차.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년 5월 남북철도연결구간 시험 운행 중인 열차.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일부가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관련해, '연내 착공식'을 13일 공식화했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 양측 인사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성 소재 판문역에서 착공식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착공식이 실제 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착공식'이란 용어가 과연 적절한가 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착공' 자체가 대북제재 위반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4일 통일부 브리핑에서도 '제재 위반' 여부, 즉 '착공'의 실효성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이날 브리핑에서 나온 착공식 관련 질문은 두가지였다. ▶착공식과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가 끝난 것인가, 또 ▶착공식 세부 내용과 관련해 '제재 면제'에 관한 미국과의 논의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답변은 애매했다. 통일부 측은 "착공식 개최 및 대북제재 면제 등의 절차와 관련해서는 미국 또는 유엔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만 했다. 실제 철도·도로 연결 공사를 시작할 경우, 제재로부터 자유로운지 확정된 것은 없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13·14일 이틀에 걸쳐, 통일부가 공표한 '연내 착공식'이 사실상 '연내 착수식'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연내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을 하겠다 합의했고, 합의대로 '연내 착공' 선언이 나왔지만, 실제 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이다. 통일부와 국방부 등 유관 부처뿐 아니라 청와대도 같은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 지난 2일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착수식’이라 불러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했다.

    한국 정부에게 무서운 제재는 유엔 안보리보다 미국의 그것이다. 실제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대한 미국의 경고도 슬슬 나오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美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입법 및 통상담당 선임국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이번 착공식이 사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알리기 위한 행사라는 분명한 이해가 있으면 괜찮지만 실제 철로 보수의 착수 등으로 이어진다면 미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美정부가 최근 최룡해 등 김정은의 핵심 측근 인사 3명을 제재 명단에 올린 사실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연내 개최하겠다고 밀어 붙이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실제로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의 착수는 2019년 초 열릴 것이라는 제2차 美北정상회담의 성과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북한 비핵화를 실제로 시작하고, 큰 진전이 이뤄진다면 철도·도로 연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안보전문가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제재 위반”

    美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대규모 대북 지원 사업을 북측에 제안하면서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좋은 의도’이니 제재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을 너무 대변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어 “한국 정부의 행동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훼손할 수 있다”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수식 그 자체는 대북제재 위반이 아닐 수 있지만 사업을 제재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한미 동맹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美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실제 시작되면 유엔 안보리와 미국 등의 대북제재 위반을 피할 수 없다. 철도는 철로를 보수하는 각종 중장비와 연료, 자재를 북한에 반입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이를 북측 인력들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 연결의 경우에도 도로포장 원료인 석유제품을 비롯해 각종 중장비와 차량을 북측에 보내야 한다.

    이런 현실임에도 한국 정부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에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14일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착수식 개최와 대북제재 면제 등의 절차에 대해서는 미국, 그리고 유엔 측과도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제재 예외로 인정받아 진행될 수 있을 지는 오는 20일 열리는 제2차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