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을 겨누는 칼날… '강경파 제거' 노림수인가?

무기도입, 정치중립, 해군기지 등 수사 반복돼… "강골 군 수뇌부 노리나" 의혹 제기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2.02 15:23:32
▲ 김관진 前국가안보실장. 문재인 정부가 지목한 '적폐인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이명박 정부 당시 제주해군기지 홍보 활동과 관련해 당시 대변인 등 관련자를 줄줄이 소환 조사하고, 국방부까지 두 차례 방문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가 29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군 안팎에서는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前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한 기획수사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적폐 오적’의 한 사람?

김관진 前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한 수사 또는 조사는 2017년 6월부터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김기춘 前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前청와대 민정수석,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정윤회 씨와 함께 ‘적폐 5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5월 말 일부 언론에 보도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주장 또한 영향을 줬다. 정유라가 “나의 생물학적 아빠는 김관진 실장하고만 호형호제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김관진 前실장을 노린 ‘수사 요구’는 2015년 가을부터 있었다. 차기 전투기(F-X) 도입사업에서 록히드 마틴의 F-35A가 선정된 배경에 비리가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이때 몇몇 좌익성향 매체들은 “F-X 사업은 록히드 마틴에 농락당한 것”이라며 “김관진 前실장이 박근혜 정권 당시 방산비리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만 보면 김관진 前실장이 방산비리와 관련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관진 前실장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선이 끝난 뒤인 2013년 초로 또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령부의 ‘댓글 공작’ 배후에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前실장이 있었다며 그를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같은 해 9월 F-X 사업에서 보잉의 F-15SE와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밀려나고 록히드 마틴의 F-35A가 선정되자, 여기에 반발하는 세력들은 이것이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의 농간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뒤인 2014년 6월 그가 국가안보실 실장에 임명되자 반대 세력들은 아예 ‘김관진이 박근혜 정권 방산비리의 몸통’이라는 주장을 폈다. 비슷한 시기 커티스 스캐패로티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 측으로부터 ‘사드(THAAD)’ 배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 결정적 원인은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광명성’ 호의 발사였다. 하지만 김 前실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의 요청으로 사드가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2016년 11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이른바 ‘적폐오적’, 그 중에서도 특히 김 前실장에 대한 루머와 비난이 거셌다. 문재인 정부는 루머와 주장을 근거로 2017년 5월 관계 당국에 수사와 조사를 지시했다.
▲ 시험비행 중인 한국 공군의 F-35A 1호기.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관진 향한 칼날…F-35부터 제주해군기지까지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내세워 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하는데 주력했다. 김 前실장도 그 대상이었다. 2017년 10월 감사원은 F-X 사업 당시 F-35A 전투기가 선정된 과정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이때 일부 언론이 “기종을 선정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위원장이었던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이 ‘정무적 판단’을 내세워 F-15SE를 최종 승인 전에 탈락시켰다”고 보도했다. 몇몇 언론은 “F-35A 선정 이후 록히드 마틴은 핵심기술 이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비리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감사원이 김 前실장을 겨냥해 감사하는 데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당초 한 달 가량이라던 감사원 감사는 해를 넘겼다. 2018년 1월에는 감사원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공군, 방위사업청 관계자,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을 조사했다. 당시 공군 참모총장 이었던 예비역 장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감사관이 집 근처로 와서 F-35 선정 당시에 대해 물었는데 김관진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4월에는 김 前실장을 서울 모처의 호텔로 불러 10시간 넘게 조사했다. F-35A를 선정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고 한다. 2017년 11월 이후 김 前실장에 대한 두 차례의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자 감사원이 어떻게든 문제점을 찾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감사원 측은 “F-35 도입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일 뿐 김 前실장을 표적으로 한 감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1년을 넘게 F-35A 도입 과정을 감사했지만 그 결과물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제기됐던 “막대한 국가예산이 낭비됐다”는 의혹은 2017년 9월 이미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다. 이때 국내 언론들은 “F-35A 도입 가격이 당초 예상했던 대당 1270억 원이 아니라 대당 1060억 원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던 F-15SE보다도 싼 값이었다. 이밖에 “검증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를 비싼 돈 주고 사는 것”이라던 일각의 주장도 개발에 참여한 9개국 이외 일본, 이스라엘 등도 도입을 하고, 기존에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사용하던 영국과 독일 등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감사원이 1년 넘게 감사를 벌이고도 결과를 자신 있게 밝히지 못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그것도 공안부가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것도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7년 결정된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승계해 추진했음에도 굳이 김 前실장이 장관이었던 시절만 콕 집어 조사를 벌인 것이다. 게다가 혐의는 “정치적 중립 위반 혐의”였다. 군 안팎에서는 “김 前실장을 노린 기획수사, 표적수사”라는 말이 나왔다.

다른 지적도 있다. 제주해군기지 홍보정책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기무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수사 중인 부서라는 점 때문에 “김 前실장을 노린 적폐수사가 도를 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前국가정보원장. 이들 모두 북한과는 타협하지 않는 인사들이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경파' 군 엘리트들이라는 공통점

문재인 정부가 안보 관련 ‘적폐청산’을 하면서 김 前실장을 계속 표적으로 삼는 데 대해 다른 이유를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의 도발에 맞서야 한다던 강골 관료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남재준 前국가정보원장은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국가안전기획부 출신의 이병호 前국정원장, 이병기 前국정원장도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외에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던 김장수 前국방장관은 김 前실장과 함께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제2군 사령관이었던 박찬주 대장은 소위 ‘공관병 갑질’ 논란이 알려진 뒤 피의자가 됐다. 나중에 그는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그의 계좌에서 나온 돈은 184만 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보다 이전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합참의장이었던 최윤희 해군대장이 2016년 11월 방산비리 혐의로 법정구속 됐다. 최 의장은 2018년 10월까지 거듭 재판을 한 결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처하고, 전체주의와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경파'라는 점이었다. 묘하게도 이런 성향을 가진 군 수뇌부 인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출국금지 되거나, 피의자 소환조사를 받거나, 심지어 법정구속이 되기 시작한 것이 지난 2~3년 사이, 특히 박근혜 前대통령 탄핵 주장이 나오면서부터였다.

군 안팎에서는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안보 관련 부처에서는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북한과 중국을 비난했다가는 ‘적폐’로 몰리거나 심하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사실이라면 안보 담당부서가 안보를 내팽개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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