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보안성 포고문 "허가 없이 거래하면 즉각 척결"... 폭염으로 인한 흉작 때문인 듯
  • ▲ '낟알을 침해하거나 부정 처리하는 자들에 대해 엄격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인민보안성 포고문 ⓒ 자유북한방송
    ▲ '낟알을 침해하거나 부정 처리하는 자들에 대해 엄격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인민보안성 포고문 ⓒ 자유북한방송
    가을 수확기가 되면서 북한 당국이 곡식을 사고 팔거나 술을 빚는 사람들을 강력 처벌하겠다며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대북방송 ‘자유북한방송’은 6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최근 내건 곡식처리 관련 포고문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인민보안성은 전국에 ‘낟알(도정하지 않은 곡식)을 침해하거나 부정처리 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을 전국 곳곳에 내걸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포고문을 통해 “곡식 수요 문제는 강도적인 제재 봉쇄 책동으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키기 위한 반혁명분자들의 책동을 짓부수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앞당겨 실현하도록 만드는 수단”이라며 “이처럼 곡식의 중요성을 알렸음에도 극단적 이기심으로 국가의 식량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행위는 적대세력들의 비열한 책동에 편승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방해하는 반혁명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곡식을 비공식적으로 거래하는 모든 행위는 정부의 이름으로 인민보안성에서 즉각 척결·처리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허락 없이 곡식을 거래하지 말 것과 가공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즉 곡식 매매와 함께 술을 빚거나 떡 등을 만드는 게 금지된 것이다.

    “국가의 곡식 수매 거부하면 엄벌에 처할 것”

    북한 당국은 이와 함께 ‘국가알곡수매계획(당국의 곡물징수)’를 거부하거나 숨기거나 의도적으로 피하는 행위, 곡식 수확량 허위 보고, 운송업자들이 돈 또는 뇌물을 받고 곡식을 불법적으로 운반해주는 행위, 곡식 수출, 곡물징수를 맡은 공무원들이 사적으로 또는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것, 빚 탕감이나 물품 구매 등을 위해 곡식을 몰래 넘기는 행위, 정미소·곡식 창고에서의 도둑질 등을 금지했다.

    인민보안성은 금지 행위를 규정하면서 주민들에게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장면을 보면 즉각 신고하고, 이미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1개월간의 자수 기간을 준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자수 기간이 끝난 뒤 적발되는 사람은 직위, 소속, 그동안의 공로에 관계없이 엄벌하고, 관련 피해를 모두 변상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 ▲ 최근 '낟알을 침해하거나 부정 처리하는 자들에 대해 엄격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인민보안성 포고문이 전국의 각 지역에 공표되었다고 한다. @ 자유북한방송
    ▲ 최근 '낟알을 침해하거나 부정 처리하는 자들에 대해 엄격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인민보안성 포고문이 전국의 각 지역에 공표되었다고 한다. @ 자유북한방송
    "지난 여름 폭염에 따른 흉작 때문" 분석
    ‘자유북한방송’은 북한 당국이 포고문을 내놓은 이유로 흉작 가능성을 꼽았다.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해 곡식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자 주민들을 ‘강력 처벌’ 운운하며 위협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은 20여 년 전 ‘고난의 행군’ 당시에도 곡식을 지킨다며 무장 병력을 논밭에 배치한 바 있다.

    또 다른 대북 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각 지역 외화벌이 기관들에게 “식량을 수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데일리NK’와 접촉한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북한 당국은 대외무역허가증(일명 와크)이 있는 외화벌이 기관들에게 농업 자재와 식량을 수입하라는 과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올 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논밭에 쭉정이만 가득하고, 벼 한 단 무게가 3kg도 안 되는 현실을 전하며 “곡식 수확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장마당 곡식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작황이 나쁜 평안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매년 10월마다 하던 가을걷이 노력동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는 “올해 농사가 잘 안 됐다”며 흉흉한 분위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