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취업자수 증감 단순노무직서 뚜렷…'최저임금 탓' 데이터로 증명"
  • ▲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대규모 총궐기 국민대회' 후 비를 맞으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대규모 총궐기 국민대회' 후 비를 맞으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과거처럼 매달 취업자 수가 20만~30만명 늘어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 8월 22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연말 고용 상황이 회복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답이다.

    한국노동연구원도 8월 2일 발표한 ‘2018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고용 전망'에서 “상반기 고용지표 나빴던 건 생산가능인구 감소 탓”이라며 “최저임금 실업대란은 없었다”고 했다.

    통계청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에 머무는 ‘고용쇼크’가 이어지자, 통계청은 7월 11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고용쇼크의 주요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꼽았다. 통계청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인구 수 감소’를 탓했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 즉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지난해부터 줄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둔화했다는 설명이었다.

    장하성 “생산가능인구 감소…취업자 수 증가 기대할 수 없어" 

    ‘고용쇼크'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탓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일까. 

    <뉴데일리>는 정부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민간 경제연구소 ‘파이터치연구원'에 의뢰, 올해 1~9월까지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와 실업자 수, 생산가능인구 수 등의 상관관계를 두 가지 방식으로 분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수/생산가능인구수’에 따른 증감폭 변화 지표(그래프 1·2 참조)와 전년 동월 대비 생산가능인구수와 취업자수의 증가(감소)폭 변화 지표가 그것이다.

    첫번째 ‘취업자수/생산가능인구수’는 생산가능인구가 동일한 상황에서 취업자수의 증감을 보여준다. 정부 주장대로 취업자수 감소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탓이라면 취업자수 증감폭을 나타내는 지표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

  • ▲ <그래프1>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수/생산가능인구수' 변화 지표. 올 2월부터 급격하게 감소했다. ⓒ파이터치연구원
    ▲ <그래프1>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수/생산가능인구수' 변화 지표. 올 2월부터 급격하게 감소했다. ⓒ파이터치연구원
    두번째의 경우, 만일 생산가능인구 수와 취업자 수의 증감폭이 엇비슷하다면 정부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생산가능인구 수 감소폭과 취업자 수 감소폭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면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고용대란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었다. “고용대란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탓"이라는 정부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다. 

    그동안 고용대란의 원인으로 예측 가능한 인구구조 변화를 탓하는 건 잘못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있었으나, 데이터에 근거해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이 고용대란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검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취업자수 감소는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탓…데이터로 첫 검증

    우선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생산가능인구 수’ 변화를 살펴보자. ‘취업자 수/생산가능인구 수’는 전체 취업자 수를 국내 총 생산가능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생산가능인구 수는 매년 증감이 있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 1명이라는 ‘동일한 조건’ 하에서 취업자 수 변화량을 분석한 것이다. “고용대란이 생산가능인구 감소 탓”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맞다면 생산가능인구 1명당 취업자 수 증감폭(전년 동월 대비)은 매달 변화가 거의 없어야 한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연구원 측은 “생산가능인구 1인당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생산가능인구 수가 실제 취업자 수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며 “고용대란이 생산가능인구 수 감소 탓이라면 생산가능인구 수를 동일한 조건에 놓으면 취업자 수는 증가도 감소도 거의 없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수 감소가 없으니 취업자 수 감소도 없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래프1>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생산가능인구 수'는 최저임금 인상분(7530원⋅전년 대비 16.4% 인상)이 적용된 직후인 2월부터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생산가능인구 수' 증가율은 1월 0.38%이었으나 2월(-0.13%)부터 9월(-0.24%)까지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반면 2017년은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한 적이 없었다. 2017년 1월의 경우 0.056%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2월(0.36%)부터 12월까지 0.2~0.5%대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증가율이 ‘0’ 이상이면 동일한 생산가능인구 수에서 취업자 수 비중이 오른 것을 의미하고, ‘0’ 이하이면 취업자 수 비중이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주요 경제정책에서 변화가 있는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뿐"이라며 “지난해 ‘플러스'를 보이던 ‘취업자 수/생산가능인구 수'가 16.4%라는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분이 적용된 직후인 2월부터 급격하게 ‘마이너스'로 떨어진 후 지속적으로 ‘0’ 이하에 머물고 있는 것은 취업자 수 감소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탓이 아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탓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 <그래프2>전년 동월 대비 생산가능인구 수, 취업자 수, 실업자 수 변화 지표. ⓒ파이터치연구원
    ▲ <그래프2>전년 동월 대비 생산가능인구 수, 취업자 수, 실업자 수 변화 지표. ⓒ파이터치연구원
    ‘취업자 수 감소, 최저임금 인상 탓'… 확인된 또 다른 데이터

    ‘생산가능인구 수, 취업자 수, 실업자 수 변화(전년 동월 대비)’를 분석한 결과도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탓'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직후인 2월부터 급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2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10만 4000명 증가한 이래 3월(11만2000명), 4월(12만 3000명), 5월(7만 2000명), 6월(10만 6000명), 7월(5000명), 8월(3000명), 9월(4만4000명)까지 8개월 연속 10만명 이하였다. 7월과 8월 2개월간은 1만명 아래로 떨어져 그야말로 ‘고용쇼크'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 수(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은 2월 27만5000명, 3월 25만4000명, 4월 25만1000명, 5월 23만9000명, 6월 23만7000명, 7월 24만1000명, 8월 24만4000명, 9월 25만명 등으로 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래프2>를 보면 생산가능인구 수 변화 지표는 완만한 우하향을 보인 반면, 취업자 수 변화 지표는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급격한 우하향 추세를 보였다. 

    라 원장은 “생산가능인구 수의 기울기가 완만한 반면, 취업자 수 기울기는 급락했다"며 "이는 취업자수 증가폭과 생산가능인구 수의 상관관계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생산가능인구 수 감소로 인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줄어들면 실업자 수 증가폭도 줄어들어야 하지만 실업자수 증가폭은 들쑥날쑥”이라고 부연했다.

  • ▲ <그래프3>전년 동월 대비 직업유형별 변화 지표.ⓒ파이터치연구원
    ▲ <그래프3>전년 동월 대비 직업유형별 변화 지표.ⓒ파이터치연구원
    ‘최저임금 직격탄' 단순 노무직종, 취업자 수 감소폭 커

    취업자 수 증가폭은 관리자나 전문가 직종보다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단순 노무직에서 큰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고용쇼크는 단순 노무직에서 비롯된 경향이 크고, 그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직업유형별 변화 지표(그래프3)를 보면 단순노무 종사자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11월부터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올들어선 2월을 제외하곤 ‘0’ 이하를 기록했다. 단순 노무직에서 취업자 수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관리자,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취업자 수는 올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라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큰 직종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크게 둔화하고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용쇼크 주요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했다. 이어 “전체 취업자수 변화 지표와 단순 노무직 변화 지표가 비슷한데, 이는 취업자 수 증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단순 노무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용 개선을 위해선 단순 노무직 고용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