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 벨레 "문 대통령, 미·유럽 상황 잘못 읽고 어려운 입장 자초"
  • ▲ 지난 21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1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유럽 순방의 성과가 높았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현지의 시선은 달라 보인다.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 벨레(독일의 소리)’는 2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지도자들을 설득해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 벨레’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 기간 동안 독일, 프랑스, 영국으로부터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보상도 줄 수 없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 벨레’는 문재인 대통령이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났을 때 벌어졌던 상황들을 설명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은 CVID 방식으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한국-영국, 한국-독일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를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 벨레'는 “북한은 비핵화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메르켈 총리의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또 "문 대통령이 프랑스와 영국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했으나 ‘퇴짜(Rebuff)’를 맞았다"면서 “이들 두 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 “러시아·이란 문제 걸렸는데 유럽이 미국 뜻 거스르겠나?”

    ‘도이체 벨레’는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의견도 곁들였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세계는 북한에게 이미 여러 번 속았다”면서 “북한이 이번만큼은 변화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최소한 핵무기와 핵시설 보유 목록이라고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행동이 없는 북한의 비핵화 주장을 근거로 대북제재를 완화하자는 제안 최근 미국과 유럽의 정세를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템플대 도쿄 캠퍼스의 로버트 듀재릭 국제관계학 교수는 “현재 유럽에게는 러시아와 이란 관련 문제들이 북한의 그것보다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고 있는 러시아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 하고 있는 이란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찬성한다고 말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해설이었다.

    엠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서울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 또한 “유럽 나라들에게는 북한보다 러시아, 터키, 이란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페스트라이쉬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했지만, 미국이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나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상황을 잘못 읽고 스스로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는 지적이었다.

    ‘도이체 벨레’는 “문 대통령은 지금의 정부 정책이 긍정적이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유럽 현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