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체류 허가 23명 중 22명 내륙행...시민단체 "불체자 양산, 범법행위 처벌 안돼"
  • ▲ 지난달 22일 난민대책국민행동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이집트 난민 집단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장전리 난민캠프 사건 후 등교거부 움직임 등 제주상황을 발표하는 모습.ⓒ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지난달 22일 난민대책국민행동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이집트 난민 집단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장전리 난민캠프 사건 후 등교거부 움직임 등 제주상황을 발표하는 모습.ⓒ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수용 갈등이 2차전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법무부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 23명의 출도 제한을 풀어주자, 이들 대부분이 '내륙행'을 희망하고 나서면서 국민 안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현재 법무부의 '허술한' 관리체계로는 이들의 소재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상시 보고체계 마련 등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7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14일 제주도 내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 중 440명에 대해 면접을 완료하고, 영유아 동반 가족을 비롯한 미성년자 등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신청자가 난민법상의 인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조치다. 근로 권한이 주어지고 1년 간 체류·취업을 할 수 있다.

    ◇출도 제한조치 해제..."국민 안전 위협" 목소리

    '제2의 난민 갈등'이 벌어진 데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 23명 중 22명이 "제주를 떠나 육지로 가겠다"는 의사를 전했기 때문이다. 앞서 제주출입국청은 "특이사항이 없다"며 출도 제한 조치를 해제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출도 제한 조치는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 이외의 국내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원래 제주도에 무사증으로 입국한 난민신청자는 외국인등록증을 발급 받을 때 타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한데, 갑자기 무사증을 통해 예멘인들이 무더기로 입국하자,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4월 30일부터 제주 입국 예멘인들에 대해 출도 제한 조치가 시행됐다. 난민 지위가 인정되거나 난민 심사 후 '인도적 체류 허가자'에 대해 출도 제한 조치를 해제한다.

    시민단체들은 '출도 제한'에서 자유로운 예멘 난민들이 내륙 도시로 들어와서 잠적할 경우 소재 파악이 힘들고, 국내법을 위반해도 처벌 등 관리가 어렵다며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민대책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이날 "가짜 난민으로 밝혀진 심사 탈락 예멘인들을 즉각 본국으로 송환하고, 인도적 체류가 허가된 예멘인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민행동은 "예멘이 알카에다의 근거지라는 점을 고려, 법무부는 인도적 체류가 허가된 예멘인들에 대해 상시 소재지 탐문을 비롯, 출석보고의무의 기간을 주 1회로 단축해야한다"며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가 난민 신청자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국으로 대량 유입되는 가짜 난민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예멘 난민들의 '내륙행'을 반대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의 '내륙행' 소식이 알려진 지난 주말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법 개정', '난민 반대' 등 국민청원 50여건이 줄줄이 올라오기도 했다.

  • ▲ 난민대책국민행동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난민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난민대책국민행동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난민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무사증 악용 사례 증가세...난민법 폐지 힘들면 무사증 제도 개선해야

    무사증을 악용하는 것에 대한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중국인 3명이 제주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허위로 난민 지위를 신청, 제주공항을 이용해 내륙으로 빠져나가려다 덜미가 잡힌 사실이 드러났다.

    무사증제도는 제주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관광이 아닌 다른 목적을 지닌 외국인이 대거 입국하는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난민신청자가 급증하자 법무부는 지난 6월부터 이들의 거주지를 제주로 제한하고 예멘, 감비아, 소말리아 등 무사증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입국자가 많은 12개 나라를 무사증 제도 불허국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이집트·시리아 등 각국의 난민 신청자가 현재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제주에서 심사를 받은 484명 외 인천·부산 등으로 입국한 예멘인 역시 217명에 달한다.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도 630명이 이르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난민신청자 4만470명 가운데 출국한 인원은 5440명에 불과하다. 3만5030명이 현재 국내에 수용중인 것이다. '난민법 개정'과 '무사증 제도' 폐지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국민행동은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은 23명 외 가짜 난민으로 드러난 나머지 신청자들의 체류와 관련해서도 소리높였다. 이들은 "난민법이 난민 불인정자들까지 국내에 합법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며 가짜 난민의 본국 송환을 촉구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는 임시비자(G1)를 발급받은 후 월 평균 43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난민 불인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을 통해 평균 1~2년간 합법 체류가 가능하다.

    국민행동은 "가짜 난민 대량유입의 원인이 바로 난민법"이라며 "난민법이 없다고 해서 심사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과거 출입국관리법으로도 난민신청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난민법이 제정된 2012년 전후를 기점으로 과거 한 해 평균 250명선이던 난민신청자가 올해는 1만8000명(72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행동은 "무사증제도가 '비자없는 쉬운 입국'을 가능하게 만들어 한국이 난민브로커의 타겟이 되고 있다"며 "사회혼란의 주범인 난민법과 무사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가 예멘인 484명 전원을 난민이 아니라고 결정했는데 우리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며 "우리를 '혐오 세력'이라 매도한 인권단체와 일부 언론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