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 친서 읽어보고 사의-공감"… 회담 날짜에 대해서는“9월 예정"이라고만 보도
  • ▲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방북 성과를 설명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방북 성과를 설명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선전매체들은 “9월 중 예정”이라고만 보도했다. 우리와 달리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靑 “3차 남북정상회담 9월 18일부터 개최 합의”

    대북특사 단장을 맡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오전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정의용 실장은 “방북을 통해 김정은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문제를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실장은 앞서 5일 방북 직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만나 “남북 정상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협의했다”면서 네 가지 협의 내용을 소개했다.

    첫째는 9월 18일부터 평양에서 2박 3일 동안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의전, 경호, 통신, 보도 등에 대한 고위급 실무협의를 다음 주 초에 판문점에서 갖기로 했다는 것, 둘째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며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 셋째 현재 진행 중인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 진행을 통해 상호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합의하기로 했다는 점, 넷째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개소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정 실장은 이 가운데서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판문점 선언 이행 성과 점검 및 향후 추진방향을 확인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및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美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서는 "북한과 먼저 개소에 합의한 뒤, 대북특사단이 방북 결과를 들고 미국 등에 가서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 “9월 중 남북수뇌회담 합의” 표현이 전부…날짜 없어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이를 어떻게 설명했을까. 6일자 北선전매체의 내용은 모두 같았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특사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내용 위주였다.
  • ▲ 北선전매체들이 보도한 대북특사단 소식의 사진. 김정은에 대한 미사여구가 보도 내용의 절반 이상이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北선전매체들이 보도한 대북특사단 소식의 사진. 김정은에 대한 미사여구가 보도 내용의 절반 이상이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반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北선전매체의 보도는 “김정은이 특사 대표단 일행과 9월 중 예정돼 있는 평양 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일정과 의제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시고 만족한 합의를 봤다”는 것이 전부였다.

    北‘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기사는 김정은이 대북특사를 만났고, 특사단으로 온 한국 측 인사는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몇 단락 동안 김정은을 찬양하는 미사여구로 이어간 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고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진전을 평가하면서 앞으로 많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우리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가려는 굳센 의지를 피력한, 훌륭한 친서를 보내준데 대해 사의를 표하며 대통령의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공감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이어 김정은이 "올해 극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내고 좋은 합의들을 이룩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바로잡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향한 의미있는 훌륭한 성과를 달성한 것에 긍지를 느낀다”면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美北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바친 성심과 노고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저런 공치사 이후 김정은이 "남북이산가족 상봉, 남북군사회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준비 등이 잘 진행되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안전 보장,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는 설명으로 관련 내용을 마무리 됐다.

    정상회담 개최에 흥분, 사업은 우리민족끼리 결정한 靑

    北선전매체 보도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특사단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한국의 제안을 받은 뒤에 “김정은이 수락하고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남북정상회담이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고대하는 듯한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다. 北선전매체들이 강조한 내용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과 ‘한반도 비핵화’였다.

    반면 정의용 실장이 청와대에서 한 브리핑에서는 조급함이 느껴졌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의 날짜 확정 발표,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북한과 먼저 합의한 뒤 그 결과를 미국 측에 설명하기 위해 특사를 보내기로 한 결정, △‘판문점 선언’을 되도록 빨리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 등은 청와대가 유엔이나 미국, 일본, EU 등 국제사회와는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