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학생운동 조직 '삼민투' 위원장 출신…국가 안보·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요직에
  • ▲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신임 총영사 임용장 전수식에 참석한 박선원 전 주상하이 총영사 ⓒ뉴시스
    ▲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신임 총영사 임용장 전수식에 참석한 박선원 전 주상하이 총영사 ⓒ뉴시스
    박선원 전 주(駐)상하이 총영사가 국가정보원장의 상근특보로 임명됐다. 청와대는 23일 박 전 총영사에 대한 임명이 진행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그가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의 실세 요직인 서훈 국정원장의 상근특보로 거론된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그에 대한 관심은 높다. 하지만 그 뿐 만이 아니다. 그의 '화려한 과거'는 그의 국정원행(行)을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삼민투 위원장, 미 문화원 점거 농성 배후로 지목돼 투옥

    연세대학교 82학번의 박 전 총영사는 연세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삼민투는 1980년대 대표적인 '반미 학생운동' 조직으로, 이른바 '서울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의 배후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1985년 5월 23일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 소속 서울시내 5개 대학 학생 73명이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미국 문화원 건물을 기습 점거해 72시간 농성을 벌였던 사건을 말한다. 이들은 "미국이 1980년 5월 계엄군의 광주 투입을 묵인 내지 방조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연세대 삼민투위원장이던 박 전 총영사는 당시 점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배후 인물로 지목돼 구속됐다. 이후 박 전 총영사는 영국 워릭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연구교수 등을 지내는 등 연구자로서의 길을 잠시 걸었다. 

    노무현의 안보 브레인으로 화려하게 복귀

    학계에 머물던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노 전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분과 자문위원을 맡으면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 국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참여정부에 몸 담게 됐다. 6자 회담 대표단에 합류하는 등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2006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으로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그 해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 배석하기도 해 '반미 운동권' 출신 인사가 직접 미국 대통령과 조우한다는 점에서 이슈가 된 바도 있다. 

    2006년 한미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 수행

    박 전 총영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도 참여정부 당시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가동됐던 이른바 '안골모임'의 일원이었던 박 전 총영사는 매주 목요일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백종천 전 국가안보실장,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만나 극비리에 정상회담 준비 실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총영사는 지난 2012년 대선 즈음에 불거졌던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의혹'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도 안 했고, NLL 포기 취지의 발언도 한 적이 없다"며 문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서기도 했었다. 

    참여정부 이후 미국의 브루킹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잠시 떠났던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공직으로 복귀했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은 그를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했다. 

    상하이 총영사 6개월 만에 사의

    하지만 6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한 박 전 총영사가 이번에는 서훈 국정원장의 상근특보로 내정됐다. 한 언론에서 내정 사실을 보도하자, 청와대는 23일 기자들의 질문에 "국정원장 상근특보라는 직책이 있다"며 "임명을 위한 검증 과정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박 전 총영사의 국정원행(行)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안보정책에 직접 관여했던 그이지만, 과거 반미 학생운동에 앞장섰던 박 전 총영사가 과연 국가 안보 및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의 요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 제기다.

    안보 기관으로 가는 반미 운동권 출신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다른 자리도 아닌 '국정원장 상근특보'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며 "과거 반미 학생운동 전력에 대한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한 적이 없는 그가 안보 중추 기관으로 가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편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