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패널 보고서 "北석탄 2017년 인천·포항 들어와 재수출… 한국이 세척해준 셈"
  • ▲ 유엔 안보리 대북재제위 전문가 패널이 보고서 수정본을 통해
    ▲ 유엔 안보리 대북재제위 전문가 패널이 보고서 수정본을 통해 "북한산 석탄이 2017년 10월에만 두 차례 한국에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2014년 11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따라 포항에 들어온 북한산 석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는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에만 두 차례 한국 땅에 유입됐다”면서 “북한이 석탄 세탁에 한국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 보도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들은 6월 27일(현지시간) 제출, 최근 공개한 ‘연례 보고서 수정본’에서 “러시아에서 실은 북한산 석탄이 2017년 10월 2일과 11일, 각각 인천과 포항에서 ‘환적(換積, 옮겨 싣기)’됐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18년 초 발행했던 보고서에는 북한산 석탄의 최종 목적지로 인천과 포항을 지목했지만 이번 수정 보고서에서는 ‘환적지’로 고쳤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가 밝힌 북한산 석탄의 한국 유입 및 환적, 수출 과정은 이랬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한국 땅에 유입

    북한은 2017년 7월부터 9월 사이 원산과 청진에서 토고 선적의 ‘유위안’ 호, 북한 선적 ‘능라 2호’와 ‘을지봉 6호’, ‘은봉 2호’에 석탄을 실은 뒤 러시아 극동 지역의 홀름스크 항으로 보냈다. 북한 화물선들은 이곳에 일단 석탄을 하역한 뒤 파나마 선적 화물선 ‘스카이 엔젤’ 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 호에 옮겨 실었다. 해당 선박은 이 석탄이 제3국으로 수출된다고 홀름스크 항만 당국에 보고했다고 한다.

    ‘스카이 엔젤’ 호는 10월 2일 인천에, ‘리치 글로리’ 호는 10월 11일 5,000톤의 북한산 석탄을 싣고 포항에 각각 들어왔다. 이 가운데 포항에 들어온 석탄은 1톤당 65달러, 총 32만 5,000달러 상당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전 전문가 보고서에는 북한산 석탄을 홍콩 ‘콜이머지 리미티드’ 사가 수출했고 최종 목적지가 포항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번에는 환적지로 수정됐다”면서 “북한산 석탄이 인천과 포항에 도착한 뒤 다른 나라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열차로 싣고 온 석탄을 선박으로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열차로 싣고 온 석탄을 선박으로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 수정 원인에 대해 질문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고, 한국 외교부 측은 “(북한산 선박이 한국에서 환적됐는지 여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외교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안보리는 2017년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산 석탄 등의 전면 수출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면서 “북한 선박이 러시아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과 환적이 이뤄진 것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2015년 초까지 계속됐던 한국-러시아-북한 간의 물류개발 계획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지역의 석탄을 열차로 북한에 싣고온 뒤 다시 선박으로 한국에 오는 과정을 거친다. 북한산 석탄을 한국으로 유입하는 내용은 없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과거에도 북한이 선박 선적 관련 문서 위조, 수출 서류 위·변조, 우회경로 항해, 공해상에서의 불법 환적,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고의적 조작 등을 통해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이번에 전한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한국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는 뜻이어서 향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를 통해 인천과 포항까지 석탄을 수입한 주체가 누구인지, 해당 업체에 한국 정부가 어떤 처벌을 하는지에 따라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