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 다른 증언… 양측 엇갈리는 주장에 재판 핵심 쟁점으로 부상
  • ▲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지난 대선 경선 캠프 내 분위기가 위계적이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와 격의 없는 관계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지난 9일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안 전 지사의 캠프가 수직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해 위력·위계에 의한 성폭행이었음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안 전 지사 측근들의 증언으로 재판은 새 국면을 맞았고, 재판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김지은, 눈 휘둥그레질 만큼 친밀해 보였다"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에 대한 4차 공판에서는 전 비서실장 신 모 씨, 전 수행비서 어 모 씨, 전 운전비서 정 모 씨, 전 미디어센터장 장 모 씨 등 안 전 지사 측근들이 증인 신문에 나섰다.

    가장 먼저 김씨의 후임 수행비서 자격으로 법정에 나선 어씨는 "경선 캠프는 물론 충남도청 분위기는 전혀 권위적이지 않았다"며 "김씨와 안 전 지사는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로 보였다"고 증언했다.

    어씨는 안 전 지사와 김씨가 유난히 친밀했던 사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충남 홍성군 고깃집에서 회식한 사례를 들며 "안 전 지사가 김씨를 놀리니까 '아 지사님~그거 아니에요~'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친밀해 보였다"고 했다.

    어씨는 또 "김씨가 자신의 생일을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보비서실에서 펑펑 운 적이 있다"며 "안 전 지사가 이를 알고 문자를 보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김씨는 페이스북에 '단 한 명에게 생일축하를 받고 싶었다'는 문구를 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안 전 지사를 겨냥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어씨는 특히 "김지은씨에 이어 수행비서로 활동하며 '해외 출장을 가기 싫다는 말을 했는데, 김지은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어차피 나와 직무를 바꾼 것이니 내가 대신 가 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성폭행? 김씨가 먼저 서울에서 자고 간다고 말해"

    안 전 지사 측근들은 지난해 8월 김씨가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 운전비서 정씨는 "김씨가 먼저 '서울에서 자고 가야 한다'며 숙소를 예약했다"고 기억했다.

    정씨는 "그날 마지막 일정이 호프집에서 있었는데, 김씨로부터 '오늘은 서울에서 자고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그 뒤 김씨가 직접 호텔 약도까지 보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또 "안 전 지사는 농담도 건넸고 늦잠이라도 잔 날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건넸다"며 "부모님 칠순 잔치 때는 용돈도 챙겨줬다"고 말해 평소 안 전 지사가 부하직원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정씨의 증언이 끝나고 휴정하자 안 전 지사는 벽 쪽으로 돌아앉아 눈물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비서실장 신씨 역시 "김씨가 서울에서 숙박한다고 말해 함께 숙소 예약을 도와주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 24시간 업무에 지배받았으며, 휴대폰을 방수팩에 넣고 샤워를 해야 했다"는 김지은씨 주장에는 "저나 안 전 지사 누구도 그렇게 지시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씨는 6일 13시간 가까이 진행된 피해자 심문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방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측, 김씨 측 증인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

    안 전 지사 측 변호인단은 지난 9일 김씨의 지인으로서 증인신문을 받았던 구모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구씨는 앞선 재판에서 "한 기자가 안 전 지사의 위력을 증명하는 취재를 시작하자 안 전 지사가 직접 해당 언론사 유력 인사(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취재를 중단하라고 한 사실을 듣고 실망했다"고 증언했다. 구씨는 "안 전 지사가 (기자에게) '취재를 막아주면 (아내인) 민주원 여사 인터뷰를 잡아주겠다'고 제안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단은 "고통받는 아내에 대한 인터뷰를 언론에 제안했다는 증언은 명백한 허위 사실일 뿐 아니라 악의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라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이에 고소인 김씨를 돕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에 대한 본보기 응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결국 피해자의 입을 막는 행위이며, 성폭력을 드러내고 해결하는 데 나서는 모두를 가로막는 악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