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기무사 수사' 지시 배경… "적폐청산 내세워 기무사 해체 노림수" 분석
  •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DB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DB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지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에서는 국군 기무사의 개혁이나 쇄신 문제와는 선을 긋고 있으나, 야권 등 정치권에서는 기무사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특별한 법적 근거 없는데... '기무사 수사' 밀어붙인 문 대통령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사항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지시했다"며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토록 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독립 수사단은 군 내 비육군, 비 기무사 출신의 군검사들로 구성될 예정"이라며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하는 이유는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언급은 앞서 군인권센터가 지난 6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직전 기무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시계엄과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국방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TF 역시 지난 2일 기무사가 온라인상의 여론조작을 넘어 세월호 사건에도 조직적으로 관여한 문건 등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기무사 수사에 대해 특별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군의 독립수사단은 민간검찰에서 했던 독립수사단을 준용해 구성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보통 군의 검찰단의 구성에 대해서는 전례를 알지 못한다"며 "일반 검찰에서는 그간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벤츠 여검사 사건 처럼 특임검사라는 것을 해왔고, 강원랜드 수사 의혹처럼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그간 독립수사단 구성은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 검찰총장 지휘권으로 수사단을 구성한 것인데, 이번 기무사 관련 독립수사단 역시 비슷하게 구성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일단 국방부 장관이 독립수사단 단장을 지명하게 될테고, 그 단장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 '기무사 수사' 수술의 명분 위한 포석인가

    앞서 문재인 정부는 검찰 및 경찰, 국정원 등 국가 권력기관에 개혁의 칼날을 들이댔다 .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안했고, 조국 민정 수석이 올해 1월 국정원에 수사권을 모두 없애 북한과 해외 정보만 다루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개혁키로 했다. 기무사는 국정원처럼 군 내에 있는 정보기관으로 군사보안지원, 군 방첩, 첩보수집, 특정범죄 수사 등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안에 예민한 이유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기무사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실제로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배후 여부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고유 기능을 이미 상실한 국군기무사령부는 해체 수준의 고강도 개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기무사를 문닫게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기무사 보고서를 유출한 군사기밀유출사범부터 수사하라"며 "군과 국민을 이간질해 군을 와해시키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에도 "기무사 보고서를 보면 촛불집회에선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라 하고, 태극기 집회에선 탄핵이 인용되면 내란이라 하니, 어느 경우든 소요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민주당의 논리라면 태극기 집회도 탄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기무사의 구조개편이나 해체 등을 염두에 둘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소위 말해 '칼'을 잡았는데, 굳이 자기 손으로 꺾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역시 기무사 개혁 문제와 이 건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무사 개혁문제와 이 건은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며 "기무사 쇄신은 제도적 개혁이고 이건과 관련해서는 누구의 지시로 기무사가 이런 문건을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병력을 어떻게 전개할지를 구체적으로 문건을 만들게 된 경위 등"이라고 설명했다.

    ◆ 적폐청산 코드로 '두마리 토끼' 노렸나

    이같은 청와대의 언급을 종합할 때, 청와대가 '배후'에 집중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가 일차적으로 겨냥하는 인사는 당시 기무사령관인 조현천 중장이다.

    그는 최경환 부총리의 대구고 후배이자 추명호 전 국정원 2차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다. 한 때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비선 보고' 의혹이 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활동의 일환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는 군내 사조직인 '알자회' 소속으로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지닌 군인으로 분류된다. 최근 친북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군에 대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탄핵 국면에서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대비한 것인데, 이를 두고 쿠데타냐 어쩌냐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현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것 보다는 자꾸 과거사를 캐서 전임 정권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