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 간부가 내 방침 따라오지 않아 답답해" 토로…존 볼턴과 악수도 연출
  • ▲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김정은. ⓒ연합뉴스.
    ▲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김정은. ⓒ연합뉴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도보다리' 회담 당시 북한 내 군부 강경파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을 증설했다는 의혹, 폼페오 美국무장관과의 카운터 파트를 김영철에서 리용호로 교체했다는 美네이션의 최근 보도, 군 최고 수뇌부 숙청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동아일보'는 6일 "김정은이 회담 당시 '군 간부가 내 방침을 잘 따라오지 않아 답답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그가 군 현장 시찰에서 보급 개선 등 개혁 방안을 강조했는데도 정작 노동신문에는 한미 겨냥한 전투태세 강화 등 도발적 메시지가 강조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외교 소식통의 주장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김정은이 군 간부를 향해 불만을 토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있었던 미북정상회담 때 존 볼턴 美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김정은이 악수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고 한다. 존 볼턴 보좌관이 이후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오찬 도중 김정은이 내게 '우리 둘이 사진을 함께 찍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북한에 있는 군부 강경파들에게 당신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 군부 강경파를 회유하려 볼턴과 악수하는 사진이 필요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는 대목으로, 다른 측면에서는 김정은이 아직도 군부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 6월 말 북한군 1524부대를 찾은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월 말 북한군 1524부대를 찾은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中北전문가 고든 창 변호사도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을 펼쳤다. 창 변호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군을 완전히 통제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들이 많다"면서 "미국은 대북협상에서 이런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 변호사는 최근 언론들이 "북한군 수뇌부 3인방이 교체됐다"고 보도했던 일을 지적하며 "이것은 김정은이 북한군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군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거나 북한군 내의 고위급 장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미북정상회담 직전 북한군 총참모총장에 이영길 제1부총참모장을, 노광철을 인민무력상으로, 김수길을 총정치국장으로 교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북한군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김정은의 군 인사가 비핵화 협상에 걸림돌이 될 인물들을 미리 제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태영호 前영국 주재 북한 공사 또한 북한군 내 김정은의 영향력에 관해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6월까지 군부 지도층이 세 번 물갈이됐다"면서 "김정은이 북한을 떠받치고 있는 무력세력의 핵심 지도층을 부단히 교체하고 있다는것은 아직도 김정은이 군대나 보위성 같은 핵심 권력 조직들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김정은이 북한군을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별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북한 내 권력투쟁은 김정은을 일단 논외로 하고 2인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식이며 만의 하나 김씨 일가를 제외하려 할 경우에는 경쟁세력들에게 공격을 받는 구조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