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에 14조, 北 도로에 4조… 이 돈 어디서 걷나?

고속도로 1km 사업비 200억대… 북한 고속도로 774km "문산~개성, 고성~원산만 따져도 4조원"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6.30 08:55:00
▲ 28일 남북도로협력 분과회담에서 현대화를 합의한 동서 도로 노선.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은 지난 28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도로협력 분과 회담을 진행했다. 통일부가 발표한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동해선과 경의선 도로 현대화에 합의했다. 남북은 이날 동해선 ‘고성-원산’ 구간, 경의선 ‘개성-평양’ 구간을 첫 도로 현대화 대상으로 정하고, 공사 범위는 지역 특성에 맞게, 현대화 수준은 ‘국제기준’에 준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도로 현대화에 필요한 설계와 시공은 공동으로 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 이전인 8월 초에는 경의선, 이어 동해선의 현대화 도로 구간을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남북이 지난 26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가졌던 ‘남북 철도협력 분과회담’에서 합의한 철도 연결 비용은 적게 잡아도 14조 원 안팎이다. 그렇다면 이번 ‘남북 도로 현대화 합의’에는 얼마나 들까.

고속도로 1km 건설비 208억

일반적으로 고속도로를 보면 그냥 뭐 대충 땅을 파내고 고르고, 자갈 등 골재를 좀 뿌린 뒤에 아스팔트 깔면 그만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 1톤에서 최대 70톤이 넘는 차량이 하루에도 수십만 대가 다녀야 하는 고속도로는 내구성은 물론 설계부터 일반 도로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물론 대다수 나라에서 과적 차량을 강력히 단속하는 이유는 바로 도로의 내구성 문제 때문이다. 기준보다 몇 톤 더 실은 과적차량이 승용차 몇 만 대가 지나간 것만큼의 도로 손상을 일으킨다는 경고 메시지는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거기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다보면 지역을 관통하거나 자연보호를 위해 교량과 터널 등도 만들어야 한다. 지반이 연약할 경우에는 이를 대신할 기반시설도 만들어야 한다. 즉 고속도로와 같은 차량 전용도로는 건설비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남북이 합의한 구간 도로를 현대화하는 데는 대략 얼마가 들까.
▲ 현대건설이 제2영동고속도로 6공구를 맡아 공사할 당시의 모습. 고속도로는 보기와는 달리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현대건설 홈페이지 공개사진.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1968년부터 1970년까지 건설한 경부고속도로는 1km 당 1억 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참고로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이 100원 안팎이었다. 1985년부터 3년 동안 건설한 중부고속도로의 경우 1km 당 29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2000년 들어 건설비용은 대폭 상승했다. 2003년 기준으로 왕복 4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도시 지역에서는 1km당 281억 원, 지방은 185억 원 가량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토지 수용에 들어간 돈은 각각 50억 원과 20억 원이었다. 왕복 6차선으로 건설할 경우에는 도시 지역 368억 원, 지방 261억 원, 토지 수용비용은 각각 80억 원, 30억 원이 들었다.

이상은 한국도로공사나 교통 전문가들이 내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고속도로 건설비용을 이보다 상세히 밝힌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가끔 국정감사를 통해 그 내역이 드러난다. 2012년 10월 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나온 내용을 보자. 당시 심재철 의원은 국토해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1995년부터 2009년까지 건설된 9개 민자 고속도로 사업비가 1km 당 393억 원으로 사업 시행자가 제안서에서 비용을 부풀려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때 심 의원은 “정부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건설한 고속도로의 1km당 사업비를 208억 원”이라고 밝혔다.

다른 자료나 주장들을 찾아봐도 2010년 이후 고속도로 1km 건설에는 최소한 200억 원이 든다는 설명이 많았다. 그렇다면 남북 협력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한국 정부 돈으로 지어줄 북한 도로 현대화 사업에는 어느 정도 비용이 들까.

문산-개성 19km, 고성-원산 171km만 건설해도 총 4조원

남북이 1차적으로 현대화하기로 합의한 도로 구간은 경기도 문산에서 개성까지 19km, 강원도 고성에서 원산까지 171km 등 190km다. 일단 한국에서 정부가 건설하는 비용으로 계산하면 3조 9,520억 원이 소요된다. 이는 4차선 너비의 도로 건설비용을 평균 내서 계산한 것이다. 교량이나 터널 건설비용은 넣지 않았다. 여기다 교차로와 진출입 나들목, CCTV, 휴게소, 졸음 쉼터 등까지 지을 경우 4조 원이 넘을 가능성이 높다.
▲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때 벤츠 S600 마이바흐 풀먼가드를 타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 도착한 김정은. 190km 가량의 거리를 오는데 5시간 가량 걸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물론 국내 일각에서는 철도 건설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인력과 자재를 모두 댈 것이므로 실제 소요비용은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을 믿는다고 해도 건설용 자재와 중장비는 모두 한국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문제도 있다. 북한 사람들을 인력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중장비나 설계, 감리, 타설 등의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대거 넘어가야 한다. 이들의 현지 체류에 따른 ‘위험수당’, 편의시설 제공 등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렴한 북한 인력 사용’이라는 장점도 적지 않게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다른 공사도 해야 한다. 바로 ‘서울-문산 고속도로’다. 이는 민자 고속도로로 2015년 10월 착공했다. GS건설을 중심으로 10여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 ‘서울문산고속도로(주)’라는 운영 회사를 만들어 건설 중이다. 35.2km 구간 공사에 민간 1조 669억 원, 정부 자금 1조 2,272억 원 등 2조 2,941억 원이 소요되며 완공 시기는 2020년 11월이다. 소요비용을 단순 산술계산하면 1km당 651억 원이나 든다.

북한 고속도로 774km… 전체 도로 포장율 10% 미만

남북 관계 개선에 4조 원이면 괜찮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의 전체 도로 연장은 2만 6,716km다. 이 가운데 고속도로는 774km, 포장도로는 10% 미만이라고 한다.

고속도로라고 있는 것이 평양-개성 171km, 평양-원산 209km, 평양-향산 146km, 평양-남포 44km에 불과하다. 이 도로의 실상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드러났다.
▲ 28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도로협력 분과회담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새벽에 전용차량 ‘벤츠 S600 마이바흐 풀먼 가드’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서 정오가 다 돼서야 판문점에 도착했다. 북한에서 가장 상태가 좋다는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타고 온 뒤 다시 판문점까지 19km를 더 왔다. 승차감이 좋기로 유명한 벤츠 마이바흐를 타고 190km를 달리는데 약 5시간, 평균 40km/h로 달려 온 것이다.


남북 간의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가 북한 도로를 국제적 기준으로 현대화해줄 때, 김정은이 문산-개성 19km와 고성-원산 171km에서 만족하고 감사하다고 말할까. 다음에는 개성에서 평양까지, 원산에서 평양까지의 도로 현대화를 요구하면, 문재인 정부는 단호하게 거절할까 아니면 380km 도로를 7조 9,000억 원을 들여 새로 만들어주겠다고 답할까.

현재 문재인 정부는 북측에 철도에 이어 도로까지 연결하고, 북측의 사회기반시설을 현대화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김씨 왕조의 70년 세습 독재로 국가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북한 지역 사회기반시설을 한국이 돈을 들여 모두 재건해주는 것이 우리 국민을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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