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사처에 뇌물 바치거나 ‘가짜 환자’ 행세… '전역' 핑계 만들려고 범죄도
  • ▲ 2017년 11월 북한군 귀순 이후 판문점에서 한국 측을 주시하는 북한군. 이들은 계급장은 병사 것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교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1월 북한군 귀순 이후 판문점에서 한국 측을 주시하는 북한군. 이들은 계급장은 병사 것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교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군정치’ 시대가 끝나고 한국, 미국, 중국과의 대화가 계속되니까 북한군이 위기를 느끼는 걸까. "최근 북한군 초급장교들이 ‘어두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온갖 핑계를 대고 제대하려는 추세"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최근 북한군 장교들 사이에서 열악한 군 생활 여건,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하루 빨리 군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대할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위관급 장교들 가운데 제대 희망자가 늘어나 북한군 당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 초급장교들은 군 생활을 하다가 승진하지 못하고 중도에 제대해 사회에 나가면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차라리 젊을 때 사회에 나가서 일찌감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급 장교들 사이에서는 제대할 이유를 만들려고 간부부(인사처) 부장이나 지도원에게 뇌물을 주고, 돈이 없는 장교는 '감정 제대'(의병 전역)를 하려고 없는 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병을 만들어 낼 때에는 일단 군 병원에 입원한 뒤 군의관들과 짜고 전역 감정서를 조작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일부 장교들은 제대를 안 시켜준다고 노골적으로 항의하면서 무단 결근을 하거나 전역할 구실을 만들려고 일부러 경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일로 인해 일선 부대에서는 초급 장교들의 업무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을 지휘부에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특히 전방 지역에 근무하는 초급 장교들 사이에서 제대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 ▲ 실제 북한 병사들의 모습. 북한군에서는 장교나 사병이나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게 문제다. ⓒ뉴데일리 DB.
    ▲ 실제 북한 병사들의 모습. 북한군에서는 장교나 사병이나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게 문제다. ⓒ뉴데일리 DB.
    소식통은 “이들은 가장 열악한 지역에서 군복무를 하는데도 국가 지원이 형편없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결혼한 장교들은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도시에 나가 살려고 전역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군 지휘부는 초급 장교들의 대거 이탈 조짐이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교양사업(정신교육)을 하는 한편 전역을 노리고 불법행위를 할 경우에는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그러나 이런 조치로는 북한군 초급 장교들의 전역 희망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군대→ 당 중심으로 중심 이동" 소문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집권하면서 시작된 ‘선군정치’ 시대는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막을 내릴 조짐을 보였다. 국내에는 2015년 하반기부터 “김정은이 군대보다 당 중심으로 통치하려는 듯하다”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 1월부터 2년 가까이 계속된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이어 김정은은 2018년 1월 남북고위급회담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게 통치 체계를 군 중심에서 당 중심으로 완전히 옮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5년 가까이 이어지던 ‘선군정치’ 시대가 끝나자 군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평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최근 행태를 보면 군대에 대한 지원도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북한군 초급장교들이 더 늦기 전에 군대를 빠져 나오려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