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부국장 "강압취재 말렸는데 폭행으로 몰아… '광화문 세월호 천막' 기사가 왜 표적보도냐"
  •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전경.ⓒ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전경.ⓒ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승호 사장 체제 출범 후 MBC에서 전례없는 해고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박상후 前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돌연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최대현 아나운서와 권지호 카메라 기자가 해고된 지 약 한 달여만이다.

    MBC 인사위원회는 MBC정상화위원회 및 보도제작국의 징계 요청에 따른 심의 결과 내용을 지난 26일 오후 4시경 박상후 전 부국장에게 통보했다.

    최승호 사장 취임 후 보도본부 부장으로 사실상 좌천돼 모든 직무를 박탈당한 박상후 전 부국장이 해고된 사유는 '취재 방해, 폭행 등 취업규칙 위반' 등의 이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2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에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제작을 담당하던 취재 기자를 잡아 끌어 시간을 지연시키는 등 취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MBC측은 "기자의 취재활동을 적극 방해한 행위는 업무방해이며, 취재기자의 뒤를 잡아 끌어당긴 행위는 폭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사측은 '세월호 참사 불공정 보도에 직간접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표적 보도를 주도했다'등의 MBC정상화위원회의 징계 요청을 두고 "사실로 확인됐다"며 해고 사유를 덧붙였다.

    강압취재 말렸는데 그게 폭행이라니…

    이와 관련해 박상후 전 부국장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박 전 부국장은 2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조금 전 해고를 통보받았다. 그 내용을 보면 말도 안되는 것들"이라며 "사측이 현재 정상회위원회 조사를 그냥 밀어붙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부국장은 "스트레이트 취재 기자를 폭행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당시 해당 기자가 사람을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등 강압 취재를 하길래 '뭐하는 거냐며 어깨를 잡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해고 사유가 된 세월호 보도에 대해 박 전 부국장은, 정상화위원회가 작성한 관련 보고서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지난 11일 정상화위원회가 박 전 부국장에게 열람을 요청한 보고서에는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내용이 전혀 없었다. 박 전 부국장은 ”전원구조 오보는 노재필 기자 등 언론노조원이 급하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방송한 것이란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어 이 부분을 언급하면 결과적으로 ’자기 편‘의 과오를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표적보도 의혹을 두고는 "당시 광화문 세월호 천막 관련 내용을 리포트한 것”이라며 “있는 내용을 보도한 건데 그대로 보도한 건데 어떻게 표적보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부국장은 ”정상화위원회가 서울시를 취재하는 한 기자로부터 ’박상후 부장이 박원순 시장을 매우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고, 이를 토대로 징계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박상후 전 부국장은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느낌'이 언론노조에 비협조적인 인사를 징계할 이유가 되는 것이냐”며 "서울시가 취재영역이었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인데 이것이 왜 조사대상이 되는가"라 비판했다.

    최승호 사장 부임 이후 80명 물러나

    이는 최근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대란'의 연속선상이다. 최승호 신임 사장 부임 후 80여명의 직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보도국장은 중계차 PD로, 보도국 부국장과 부장들은 스포츠국으로 발령났고 지난 5월 최대현 아나운서 및 권지호 카메라 기자는 해고 당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언론노조 주도 총파업에 불참했다는 것이다. 앞서 3월 배현진 전 아나운서 역시 이러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당시 배 전 아나운서는 퇴사 직전까지 업무에서 배제돼 조명기구 창고실에서 대기발령 상태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MBC 전 계약직 아나운서 10명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사측과 맞서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외에 MBC 지역사 사장들도 전원 해임되며 현재 사측을 대상으로 줄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사실에 MBC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의 기자는 "최승호 사장의 적폐청산이 막장으로 달리고 있다. 세월호와 박원순은 비판해서는 안될 성역인가"라고 규탄하며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되는 건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파업 불참자 가운데 8명 해고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 역시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최승호 사장 취임 뒤 2017년 파업 불참자 가운데 벌써 8명이 해고를 당했다"며 "전임 사장들 시기의 해고자 수 6명을 이미 넘어섰다. 명실상부한 '해고왕'에 등극한 것이다"고 일침을 놨다.

    오 전 보도본부장은 "사측이 언급한 '비뚤어진 언론관에 기댄 부적절한 보도'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현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인물들도 그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현 경영진의 징계기준을 적용한다면 '살아있는 권력의 추문에는 침묵하고 죽은 권력의 부관참시에만 몰두하는' 현재 MBC 보도 책임자들은 어떤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상후 전 부국장에 따르면 이날 박 전 부국장 외에 기획편성부 소속 직원 1명도 해고됐으나 명확한 사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박 전 부국장은 "사측을 상대로 부당해고 취소 소송 등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