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무역협회 조사 “남북 교역 시 건설·자원 분야 진출 희망기업 많아”
  • ▲ 북한 대학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대학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남북 교역에 대한 무역업계 인식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200여 개 무역업체 가운데 남북교역이 재개되면 북한에서의 사업에 참여할 뜻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80%에 달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남북통일 이후를 기대하는 기업 가운데 다수가 건설 및 자원 개발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북한에서 사업이 가능해지면 각종 사회기반시설 건설, 도시 재건 및 주택 건설·분양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북 사업에 참여를 희망한 기업들의 35.1%는 사회간접시설, 건설, 자원개발 분야 전망이 높다고 답했고, 이어 전기, 전자, 통신, 기계 제조업(17.3%), 관광(15.3%) 산업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북한에서의 건설 사업이 유망하다고 내다 본 기업들은 아직 북한 사회에서의 부동산 시장이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곳곳에서 이뤄지는 신도시 건설 때 개인 돈주(신흥부자)들은 주택 건축 자금의 대부분을 대고 이후 분양 사업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올리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평양 일부의 경우에는 월셋집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북한 주요 도시에 ‘하숙집’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이를 부동산 임대업이 발호할 전조로 보기도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대학생들이 열악한 기숙사 환경을 견디지 못해 학교 인근의 개인 주택에 돈을 주고 하숙을 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요즘 대학 등급에 따라 학생들 기숙사 비용이 월 100위안(한화 약 1만 7,000원)에서 200위안(한화 약 3만 4,000원)까지 다양한데, 대부분의 대학 기숙사가 낡은 시설에다 냉난방이 전혀 안 되고 식사까지 형편없어 대학 주변에 개인 하숙집들이 늘고 있다”며 현지 사정을 전했다고 한다.
  • ▲ 신촌 대학가에 붙은 원룸과 하숙집 광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촌 대학가에 붙은 원룸과 하숙집 광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소식통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개인 하숙집을 찾는 이유는 그나마 식사도 할 수 있고 상하수도와 전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용은 대학 기숙사보다 비싸지만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가끔 노동당 중앙 지시로 평양을 비롯한 지방 각 대학들의 기숙사 운영실태 조사를 진행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학생들로부터 기숙사 비용을 더 걷어도 생활 여건 개선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도 “외국어 대학이나 상업대학 주변에서는 하숙집 운영이 돈을 벌 수 있는 인기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어느 대학을 졸업하느냐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기 때문에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직업을 배정받는 인기 대학 주변에서는 하숙집 사업이 잘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 소식통은 “최근에는 하숙비가 월 400위안(한화 약 6만 8,300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하숙집들도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면서 수돗물과 전기 공급은 물론 다양하고 질 좋은 식사,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제 북한도 정치보다 경제가 우선시되면서 학생들도 정치대학보다 외국어, 해양, 상업 부문 대학 순으로 선호하고 있다”면서 “함경북도에 있는 나선 해양대학 인근 하숙집의 경우 비싼 값에도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하숙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증가하자 돈주들이 대학 주변에 사설 기숙사를 짓는 등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어, 북한도 이제는 돈이 돈을 낳는 시대가 됐다”는 소식통들의 주장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