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사히 “김정은, 눈물 흘리는 모습 보여주며 하위 계층에게 핵 폐기 당위성 설득”
  • ▲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 당시 김정은의 우는 모습. 北선전매체를 통해 김정은이 우는 모습이 소개된 적은 몇 번 안 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 당시 김정은의 우는 모습. 北선전매체를 통해 김정은이 우는 모습이 소개된 적은 몇 번 안 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최근 북한에서는 노동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김정은이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고 日아사히 신문이 30일 탈북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日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한 남성이 해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이어 남성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내레이션이 흐른다.

    “강성대국을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건만 개혁이 잘 되지 않는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눈물 흘리는 남성은 김정은이다. 북한에서는 신이나 다름없는 ‘최고존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드문 일이다. 日아사히 신문도 “김정은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는 핵폐기로 정책을 전환하는 데 있어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영상의 존재를 소개한 탈북자는 노동당 간부 출신으로 日아사히 신문에 “해당 영상은 노동당 말단 간부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영상의 일부”라며 “탈북 전 당 간부들로부터 영상의 존재에 대해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日아사히 신문은 김정은이 눈물짓는 영상을 노동당 초급 간부들의 교육용으로 사용하게 된 배경으로 핵무기 폐기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한 게 아닌가 추측했다. 영상 촬영 시기가 지난 4월로 미국과의 비핵화 논의를 시작한 뒤라는 점이 그 근거였다.

    김씨 일가의 3대 세습 독재 기간 동안 세뇌된 북한 주민들이나 노동당 초급 간부들은 신이나 다름없는 ‘최고 존엄’이 자신들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는 죄책감을 가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김정은이 추진하는 정책을 열렬히 따르게 하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日아사히 신문은 “한편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해 수많은 당 간부들을 숙청하는 등 공포 정치를 펼친 김정은이 이번 교육 영상으로 ‘향후 외교 정책을 전환해도 흔들리지 말고 순종하라’는 뜻을 전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주장이 맞는지는 향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 존엄’이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대중에게 공개했다는 점은 외부 세계의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