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회담서 특유의 '장사꾼' 화법… '북핵 일괄타결-초단기 비핵화' 촉구
  •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각으로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DB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각으로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DB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관측하며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확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미북 정상회담이 안 열릴수도 있다"고 언급, 대북 압박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한·미 공조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의 곳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1. 틈틈이 한미 FTA도 언급, 경제 압박 계속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북한 문제가 가장 큰 협력 의제"라고 한 뒤, 곧바로 한·미 FTA이야기를 꺼냈다. 경제와 외교 부분에도 상당 부분 비중을 두며 경제외교에도 무게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도 논의할 것"이라며 "한국과의 무역은 지금 재협상 중에 있고, 아주 훌륭한 협상 상대국으로서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며,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될 것"이라며 "만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언급했다. 미북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후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미북 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2. "문 대통령 신뢰해…" 뒤돌아서 "나 잘했나"

    이날 한미정상회담 단독회담은 당초 양 정상이 양 정상이 단독회담을 하고 그 뒤에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모두발언 후 미국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미니 기자회견이 열리는 돌발 상황이 생겼다.

    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능력을 묻는 우리 측 기자의 질문에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에서 굉장히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문 대통령은 이번의 협상을 한국 또는 북한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위해서 노력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의 방식이 우리가 잠재적인 협상을 타결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과연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 것이냐, 안 이뤄질 것이냐는 두고 봐야 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인 것이 아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발언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뒤돌아보며 "나 잘했나? 이 이상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3. "북한 안전 보장할 것"… "한국에도 지금껏 수조 달러 지원" 생색

    같은 자리에서는 미국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왔다"며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폐기를 결정한다면) 굉장히 번영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한국에 수조 달러의 지원을 해왔고, 지금 한국을 보면 얼마나 세계에서 훌륭한 국가인지 다 아실 것"이라며 "때문에 이번에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김정은을 굉장히 기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대통령이 내 옆에 있다"며 "이 3국 모두 북한을 도와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아주 많은 지원을 지금 약속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4. "김정은 태도 왜 변했나" 묻더니

    '중국이 북한에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보기에는 김정은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을 한다"며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세계 최고의 도박사, 포커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시 주석과 김정은의 만남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고, 그 이후에 다들 놀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께서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생각을 가지실 수 있겠다"며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그러면서도 "곤경에 빠뜨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문 대통령께서는 조심하셔야 될 부분이 있겠다"며 "왜냐하면 북한과 바로 옆에 사시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과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미국 내에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미북 간 여러 합의가 있었지만 정상들 간 합의가 도모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라고 낙관했다.

    문 대통령은 "더군다나 정상회담을 이끄는 분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북미정상회담도 반드시 성공시켜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에도 수교를 하고, 정상적인 관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5. "통역 필요 없다 왜냐하면 좋은 말일 것"

    미국 측 관계자가 기자단의 퇴장을 요구한 상태에서 우리 측 기자가 마지막으로 현재 국면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의 역할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를 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이 필요 없겠다. 왜냐하면 좋은 말일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고, 이후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을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며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현 상황을 바라보는 한·미 간 시각차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북정상회담 개최를 해야한다는 데는 전혀 이견이 없으시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관점 차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또한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는 말도 했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구체적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다만 여러 분석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25일 이후 교착상태에 있는 부분들이 풀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을 하신다"고만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미북정상회담 결과를 가지고 남북 핫라인 통화가 재개 되면서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그렇게 바로 분위기가 바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맥스 선더 훈련이 끝나고 나면 남북관계가 재개 되길 희망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