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부 탈당’ 홍준표 리더십 시험대… 2년전 이한구 ‘친박공천’이 불씨

홍준표 vs 강길부, 결국 '탈당' 2016 총선 '친박 공천'이 잦은 탈·복당 야기… 지역마다 불화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5.06 12:40:12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이 일어날 시기도 아닌데, 갑자기 현직 국회의원인 강길부 의원이 자유한국당 탈당을 결행해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강길부 의원의 탈당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언행 문제와 울산 울주군수 공천 분란 등이 수면 위에 드러나 있지만, 기실 2년 전 '친박 공천'과 그로 인해 야기된 보수 분열이 뿌린 불화의 씨앗이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자유한국당 강길부 의원이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홍준표 "울주 공천으로 탈당 협박은 구악"… 강길부 "논점 흐리지 말라"

강길부 의원이 마침내 6일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강길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자유한국당을 떠나고자 한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방법은 다르지만 당 지도부도 국민들이 바라는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실 것"이라며 "당을 개혁하고자 노력해온 복당파 의원들과 끝까지 함께 못하게 돼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강길부 의원의 이날 탈당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불거진 흐름이다. 강길부 의원이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을 시사하자, 홍준표 대표는 그와 3~4일 이틀간 거친 설전을 이어갔다.

홍준표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서 "(바른정당으로부터) 복당 과정에서 천여 명의 울주 당원들이 반대해도 당협위원장까지 교체·임명해줬는데 배은망덕으로 공천을 미끼로 탈당 협박을 한다"며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는 구악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당장 (당을) 나가라"며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출당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강길부 의원도 이에 질세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마치 울주군수 경선에 불만이 있어서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처럼 비쳐지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며 "왜 이렇게 옹졸해지느냐"고 맞받았다.

나아가 "논점을 흐리지 말고 품격없는 언행으로 보수를 궤멸시키고 있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에나 답변하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를 제명한다면 당이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가 됐다는 증거"라고 공박했다.

과연 탈당을 결행한 강길부 의원이 내세운 명분대로 홍준표 대표의 거친 언행이 이번 사태의 원인일까. 아니면 홍준표 대표가 지적한대로 울산 울주군수 공천을 둘러싼 불만이 원인일까.

정계개편 철도 아닌데 뜬금없이 불거진 현직 의원 탈당은 거슬러 올라가면 보수의 분열을 초래한 2년 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체제의 '친박 공천'에 근본 원인이 있다. 이날 강길부 의원이 탈당의 변에서 '복당파'를 향해 각별히 미안한 마음을 표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한구 공관위'의 '친박 공천'… 울주에 '불화의 씨앗' 뿌리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는 '이한구 공관위'가 꾸려졌다.

이한구 공관위는 당시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지론인 '상향식 공천'을 무시하고, 비박(비박근혜)계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친박(친박근혜)계를 집중적으로 공천하기 위해 여러 음모를 꾸몄다.

검찰은 지난 2월 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는데, 공소장에 따르면 이해 1월경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무비서관 및 정무수석실 행정관들에게 지시해 △새누리당 비박계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비박계 유력 의원들의 경선 참여 기회를 박탈할 수 있도록 '컷오프'를 확대 시행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신인 정치인을 등용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등의 논리를 개발하도록 문건도 작성됐다. 이 때 공천에서 배제당한 김제식 전 의원은 공소장을 보고 "내가 공천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울산 울주의 비박계 3선으로 유력 의원이었던 강길부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강길부 의원은 공천 탈락에 불복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을 울주로 옮겨 공천했다.

울산 지역 정가 관계자는 "김두겸 위원장은 울산 남구에서 구의원과 재선 구청장을 지내, 김기현 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자 울산 남을 보궐선거에서 박맹우 의원과 쎄게 붙기도 했었다"면서도 "김기현 시장과 박맹우 의원이 서로 시장과 지역구를 자리바꿈하면서 울산 남을에는 파고들 여지가 없어지자, 울주로 옮기라는 당의 권유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2016년 4·13 총선에서 울산 울주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김두겸 전 구청장은 28.3%를 득표해 무소속 강길부 의원(40.3%)에게 크게 패했다.

강길부 의원이 3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한대로 "국민이 살려준 것"이었다. 당시 강길부 의원은 "친이와 친박에서 두 번이나 공천을 받지 못해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며 "나는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자처했다.

지역 관계자는 "언양이라 불리는 울주가 울산시와 지역정서가 크게 다른 것도 원인"이라며 "김두겸 위원장이 이 때까지만 해도 울주에는 기반이 별로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유승민 의원이 2016년 7월 6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복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 공천'에 반발해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강길부 의원 등은 이날 일제히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탄핵·분당·대선 거치며 당협위원장 거듭 교체

강길부 의원은 이후 7월 주호영·유승민·안상수 의원 등과 함께 새누리당으로 복당했다. 그러나 '공천 학살'로 인해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골은 크게 패인 상황이었다.

'이한구 공관위'의 '친박 공천'으로 인해 약화된 당의 단결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시험대에 올랐다. 결국 새누리당은 깨지고 말았다. 강길부 의원은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 창당에 함께 했다.

쪼개진 새누리당의 키를 잡은 사람은 인명진 목사였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인명진 목사는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탈당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의원이 탈당하는 족족 해당 지역구에 바로 신임 당협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강경 대응을 했다.

강길부 의원이 떠난 울주의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으로는 직전 총선에 출마했던 김두겸 전 구청장이 임명됐다. 이후 김두겸 전 구청장은 당협위원장으로서 당에서 지난해 5·9 대선을 치러냈다.

한국당 핵심 중진의원은 "조직은 선거로 담금질된다는 말이 있다"며 "당초 울주에는 연고가 없던 김두겸 위원장도 총선과 대선,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울주에서 치르면서 나름의 조직과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월이 되자 '보수대통합' 여론이 불거지면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등 '복당파 의원들'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 때, 강길부 의원도 함께 복당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세연 의원 등 바른정당의 많은 의원들이 그러했듯이, 지방선거를 앞둔 시·군의원들의 요청이 간절했던 것"이라며 "복당 이유의 상당 부분은 지방선거 공천 때문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홍준표 대표는 돌아온 복당파 의원들에게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당협위원장을 돌려줬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이 하는 게 관례"라고 내세웠지만, 정치적으로는 대단한 무리수였다.

핵심 중진의원은 "평시에 십수 명의 당협위원장을 물러나게 하고 이 자리를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은 '제왕적 총재' 시절에나 가능했을 법한 일"이라며 "홍준표 대표가 복당파 의원들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복당파 의원들은 이 때의 일로 홍준표 대표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채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겸 전 위원장을 비롯한 천여 명 당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협위원장을 돌려받게 된 강길부 의원도 마찬가지로, 이 때까지만 해도 홍준표 대표와 강길부 의원 사이의 관계는 더없이 좋았다.

▲ 강길부 의원(사진 맨 오른쪽)이 지난해 11월 13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바른정당에서 함께 복당한 의원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시의원·군의원은 나눠 공천하더라도 울주군수는…

문제는 6·13 지방선거 공천이 본격화하면서 불거졌다.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광역단체장과는 달리,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은 시·도당 공관위에서 공천을 결정한다.

김두겸 전 당협위원장은 울주에서 여전히 일부 조직을 장악한 채 공천 경쟁을 시도했다. 울산광역시당 공관위는 대부분 복당파가 아닌 '잔류파'로 구성됐는데, 이들 역시 심정적으로 김두겸 전 위원장의 편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시당 공관위 관계자는 "대선과 당이 어려울 때, 당에 남아서 당을 지켰던 사람이 불이익을 받아서도 곤란하지 않느냐"며 "강길부 의원과 김두겸 전 위원장에게 시의원·군의원을 나눠서 공천할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시의원·군의원은 여러 명이라 나눠서 공천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군수였다. 울주군수는 1명 뿐이라 나눠서 공천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김기현 시장이 (울산) 남구에서 3선 (의원)을 해서 재선 남구청장을 지낸 김두겸 위원장과 가깝고, 박맹우 의원은 김두겸 위원장이 남을로 돌아오면 안 되며, 이채익 의원은 과거 울주에서 강길부 의원과 맞붙었던 적이 있다"며 "시당 공관위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강길부 의원이 울주군수 공천을 중앙당으로 가져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당초 한국당은 경기 수원·성남·고양·용인과 경남 창원 등 인구 100만 명 이상 기초자치단체만 중앙당에서 직접 공천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강길부 의원의 강력한 요구로 울산 울주(23만 명)도 중앙당 공관위에 상정됐다.

강길부 의원은 중앙당에 호소하면 홍준표 대표가 전략공천을 주장하는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길부 의원 자신도 지난 3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홍준표 대표와는 울주와 관련해서 여러 번 이야기를 했다"고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홍문표 사무총장도 4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나한테도 (강길부 의원이) 세 번 정도 왔다"며 "자기 방식으로 (공천을) 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 홍준표 대표와 강길부 의원이 자유한국당 복당 직후인 지난해 11월 복당 의원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洪 언행 아닌 '친박 공천'으로 비롯된 보수 분열이 사태의 근본"

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이 대목에서 강길부 의원의 손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당대표의 입장에서는 한낱 기초단체장인 울산 울주군수보다 광역단체장이 중요했다.

핵심 중진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광역단체장 6+α 당선을 공언하지 않았느냐"며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와 함께 뛰어야 할 울주군수 공천에 함부로 손을 댔다가 울산에서 사달이 나면 지방선거 구상이 토대부터 무너져내린다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결국 중앙당에서도 울주군수를 경선하도록 결정했다. 경선 결과, 강길부 의원이 지원하던 한동영 울산시의원이 떨어지고, 김두겸 전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순걸 전 울주군의회 의장이 군수 후보로 선출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애초부터 복당의 이유 중 상당 부분이 지방선거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당협위원장 복귀는 허울 뿐이 된 것"이라며 "당협위원장으로서 공천권을 존중받지 못한 이상, 홍준표 대표에게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강길부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등 일련의 유화 국면에서 홍준표 대표의 강경한 언행을 문제삼으며 탈당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정치권 관계자는 "누가 봐도 이번 탈당 사태의 핵심은 공천 불만이고, 홍준표 대표의 언행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홍준표 대표와 강길부 의원 사이의 충돌은 따지고보면 '친박 공천'을 강행한 '이한구 공관위'가 당에 뿌렸던 불화의 씨앗이 계속해서 작용하고 있는 결과"라고, 사태의 표면만을 바라보는 태도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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