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독립선언문 배부 터 등 7곳 선정...‘독립선언 33인 광장’ 등 조성 3.1운동과 직접 관련 없는 곳들도 포함, ‘역사적 고증 부족’ 지적도
  • ▲ '삼일대로' 시민공간 조성 마스터플랜.ⓒ서울시 제공
    ▲ '삼일대로' 시민공간 조성 마스터플랜.ⓒ서울시 제공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을 국민들에게 나눠준 수운회관 앞 등 서울 도심 ‘삼일대로’ 일대에 역사문화공간이 새롭게 들어선다. 시는 3.1운동 100주년인 내년 3월1일 준공을 목표로 역사적 장소를 선정, ‘3.1 시민공간’을 조성한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이들 공간 사이를 시민들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보행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7개 장소를 거점으로 지정해, 3.1정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7개 장소는 ▲안국역 5번 출구 ▲독립선언문 배부 터(현 수운회관 앞) ▲천도교 중앙대교당 ▲서북학회 터(현 건국주차장) ▲태화관 터(현 종로구 공영주차장) ▲탑골공원 후문광장 ▲낙원상가 5층 옥상이다. 특히 태화관 터에는 3.1운동 정신을 기리고, 민족대표 33인을 기억하기 위해 ‘독립선언 33인 광장’을 만든다. 사업 추진에 소요되는 비용은, 시 예산 25억원과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기자 설명회에서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과 관련한 여러 논란이 있고, 다른 역사적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논란은 배제하고) 사실 그대로의 역사에 기초해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실 그대로의 역사에 기초하고, 3.1운동의 준비와 전개과정에서 역사적 배경이 됐던 장소를 선정하겠다는 시의 설명과는 달리, 3.1운동과 전혀 관련이 없거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나 다른 성격의 독립운동에 영향을 준 장소를 선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안국역 5번 출구와 낙원상가 5층 옥상은 3.1운동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장소이다. 시 관계자는 “안국역 5번 출구에는 3.1운동 전개 과정을 시간 순으로 구성한 타임라인 바닥판을 설치하고, 낙원상가 5층 옥상은 삼일대로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이자 옥상공원으로 조성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천도교의 총본산 교당이다. 물론 천도교가 3.1운동 당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중앙대교당과 3.1운동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3.1운동 당시 대교당은 없었고, 공사비가 독립운동자금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자금 등에 부분적으로 활용됐는데, 이를 두고 대교당을 3.1운동과 직접 연관된 역사적 장소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북학회 터는 3.1운동보다는 다른 성격의 독립운동에 영향을 준 장소로 해석될 수 있다. 서북학회는 1908년 이동휘, 안창호, 박은식 등이 조직한 애국계몽단체로 1910년 강제 해산됐다. 서북학회는 무장독립운동을 위한 독립군 기지건설에 주력, 국외독립운동의 초석이 됐으며, 국내에서는 교육운동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폭력만세시위운동에서 계획적이고 공세적인 무장투쟁으로 진전된 3.1운동이, 서북학회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분명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의 무리한 장소 선정이 오히려 3.1운동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3.1운동은 단순한 항일운동이 아닌 백성에서 국민으로, 제국에서 민국으로, 왕토에서 국토로 변화한,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탄생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3.1운동의 발상지이자 핵심 무대인 ‘삼일대로’ 일대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의 정체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