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北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 중단, 금방 복구” 美전직 관리들 “별 것도 아냐”
  • ▲ 지난 2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발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발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1일 北선전매체가 김정은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하자 다수의 한국 언론들이 마치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특히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과 전직 관리들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선언한 것이 아니다”며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모아서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美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발표에 대해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날 게리 새모어 前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 北영변 핵시설 사찰 책임자였던 올리 하이노넨 前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차장의 의견과 조슈아 폴락 美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이 美CNN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게리 새모어 前조정관은 “북한의 이번 결정은 김정은이 선전을 위해 교묘한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게리 새모어 前조정관은 남북정상회담, 美北정상회담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북한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수 없으나 회담이 실패하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고 핵실험장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이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선언은 ‘제한적이고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신뢰 구축 조치’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올리 하이노넨 前IAEA 사무차장은 “김정은의 선언이 좋은 진전이기는 하나 가장 어려운 결정, 즉 북한이 비핵화 개념에 합의하고 즉각 이행 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올리 하이노넨 前사무차장은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과 美北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이런 선언을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핵물질과 탄도미사일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올리 하이노넨 前사무차장은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및 관련 시설, 장비, 물질, 관계자를 모두 공개하고, 이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 조치를 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에 자갈, 콘크리트를 채워 봉인하고, 핵실험장에 있는 계측장비, 굴착장비까지 국제사회가 보는 데서 모두 제거하고, 북한에 다른 핵실험장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조슈아 폴락 美미들베리 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美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선언은 자신들이 핵보유국 대열의 완전한 일원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북한이 핵무기 관련 기술을 완성했기 때문에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것이지 비핵화 선언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 ▲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당시 모습. 김정은의 이번 발표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는 들어 있지 않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당시 모습. 김정은의 이번 발표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는 들어 있지 않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전직 관리들 또한 김정은의 선언에 의구심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23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LA타임스’, ‘MSNBC’가 보도한 美전현직 관리들의 주장을 정리해서 전했다.

    美뉴욕 타임스는 전직 관리들의 지적과 우려를 전한 뒤 “美워싱턴에 있는 대부분의 관리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표가 김정은이 경제 제재의 압박에서 벗어나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기로 결심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美뉴욕타임스는 또한 “(美워싱턴 정가에서는) 핵실험 중단과 주한미군 주둔 용인이라는 김정은의 양보RK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기 전에 대북제재를 완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마음이 끌리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美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참모들은 실제로는 김정은의 발표가 사실상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리 환영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美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美백악관 관계자들은 “김정은이 스스로를 합리적인 사람이고 타협 의지가 있다는 환상을 미국에 심으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한다. 또한 김정은의 발표에 실제 비핵화 조치나 결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보고 있다고 한다.

    美LA타임스는 “김정은 정권이 실제로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는 단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美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美MSNBC는 웬디 셔먼 前국무부 정무 차관의 말을 전했다. 셔먼 前차관은 “북한은 이미 핵실험과 탄도미상리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고, 풍계리 핵실험장은 6차 핵실험 때 내부가 붕괴된 것으로 알려져 제대로 기능할 수도 없고 안전하지도 않은 상태”라며 “북한의 이번 발표는 낡은 소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여기서 보듯 김정은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발표를 높게 평가하며 환영하는 나라는 현재 한국과 중국, 러시아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 정부와 다수의 언론은 김정은의 발표로 마치 한반도 비핵화가 실제로 이뤄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에서는 “김정은의 이번 발표는 비핵화가 아니라 대북제재로 인해 더 이상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쓸 돈도 없는 상황에서 생색을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