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노동당, 모든 무역회사에 역량 총동원해 식량 수입하라며 돈까지 줘”
  • ▲ 중국의 대북제재 이전 물품을 구하러 中단둥에 들어간 북한 트럭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의 대북제재 이전 물품을 구하러 中단둥에 들어간 북한 트럭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쌀이 떨어진 걸까. 최근 김정은이 북한의 모든 무역기관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식량을 수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5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식량을 구해야 하는 北무역기관 간부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면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에서 최근 무역회사들에게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식량을 수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이를 전달받은 간부들은 여느 때와 달리 경직되고 불안해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이번에 내려온 지시는 과거와 달리 구입자금까지 주면서 식량을 수입하라는 것으로 보아 현재 식량사정이 어느 때보다 더 급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에서는 자금까지 주는데도 식량을 수입하지 못하는 간부에게는 당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해 당원증까지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에서는 이번 사업을 다른 어떤 사업보다 우선시하는, 시급한 과제로지정했다”면서 “현재 대북제재로 무역이 차단된 상태여서 지시 이행이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지시가 나오자 일부 간부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 지시는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주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당이 적극 나섰음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무역일꾼들은 식량을 수입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식량 수입 지시는 무역회사들에게 동시에 하달됐다”면서 “무역회사 간부들은 식량을 수입할 여러 가지 실무적인 방안을 세우고 있지만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 하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주민 생계와 관련해 노동당 중앙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지시문이나 내려 보내 강제로 집행하라며 무역 간부들을 압박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슨 수로 대량의 식량을 수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중국과의 무역 재개뿐”이라며 “중국과 북한이 화해하는 분위기가 보이기는 하나 아직 대북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무역일꾼들은 그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북한은 농업 정책의 실패로 오랫동안 식량부족국가로 지정돼 왔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배급제마저 붕괴하면서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식량을 구하거나 중국 등을 오가는 보따리 무역상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 식량 배급을 받는 사람들은 평양 시민이나 북한군 고위장교, 노동당 간부 등 충성계층들에 국한됐다.

    이런 현실에서 김정은이 북한 무역기관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식량을 수입해 오라”면서 돈까지 쥐어줬다는 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김정은과 그 충성계층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