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WP 등 美언론들 “당장 철수 안하지만 빠른 시일 내 철수 다짐”
  • ▲ 2017년 4월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보고받고 열 받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4월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보고받고 열 받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미군은 시리아에서 철수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자”고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안보 부처 책임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미군의 즉각 철수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고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美언론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美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회의에서 군 수뇌부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들로부터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 명령은 일단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美CNN은 “국가안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때때로 미국이 그동안 엄청난 자금을 중동 지역에 투입한 반면에 얻은 것은 전혀 없다는 것에 대해 불평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지역에 부자 나라들이 즐비한데 왜 미국이 계속 그 지역에 머무르며 애를 써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안보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美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의 안보 부처 책임자들조차 여기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수 결정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美CNN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이야기는 2017년 말부터 계속 들려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 아프가니스탄 전략, 무역관세 문제 등을 놓고 그의 안보 부처 책임자들과 계속 마찰을 빚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가 허버트 맥마스터 美백악관 NSC 보좌관,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 등 안보 관계자들의 경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美CNN은 “그러나 곧 국무장관이 돼 트럼프에게 안보전략을 조언하게 될 마이크 폼페오 美중앙정보국(CIA) 국장마저도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는 ‘실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트럼프 美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美CNN에 따르면, 며칠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맡을 존 볼튼 前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美대통령은 존 볼튼 前유엔 대사는 자신의 생각처럼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 ▲ CNN 등 美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참모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즉각 실시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 CNN 등 美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참모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즉각 실시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CNN은 “대부분의 군 관계자들은 미군을 시리아에서 철수시키는 것은 실수라고 보고 있으며, 특히 조셉 던포드 美합참의장은 백악관 회의에서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것은 이 지역을 러시아와 터키, 이란에게 넘기는 셈이 되고, 이 지역에서 그들은 미국에 대항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美CNN은 “금주 러시아와 터키, 이란 지도자들이 터키 앙카라에서 회동을 갖고 시리아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조셉 던포드 美합참의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CNN뿐만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등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美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문제와 관련해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인용하고 있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핵심은 “중동 지역에 많은 부자국가들이 있는데 왜 미군이 피를 흘리고 미국 정부가 비용을 대야 하느냐”는 부분이다.

    2016년 대선 유세 때부터 나온 이 발언은 현재 중동 지역에도 영향을 끼쳐,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와 이스라엘 정부가 ‘밀월 관계’를 갖는 듯 한 모습을 만드는 데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

    이슬람 연합군을 이끌고 예멘 내전에 참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러시아를 등에 업고, 레바논 헤즈볼라를 불러들여 시리아와 예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데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도 마찬가지다. GCC 회원국들이 카타르와 단교 수준까지 대립하게 된 것도 이란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한편 시리아를 쥐고 있는 알 아사드 정권은 이란과 마찬가지로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탄도 미사일) 개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이를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 국가에 사용하려 한다는 점, 관련 기술과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사들이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제재도 무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중동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